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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화산 분화 공포에 주민 300여명 이웃 롬복 섬까지 달아나

By Yonhap

Published : Oct. 2, 2017 -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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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발리 섬의 최고봉인 아궁 화산이 조만간 분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이웃 롬복 섬으로 대피하는 주민까지 생겨나고 있다.

1천명이 넘는 주민이 사망한 1963년 마지막 분화 당시의 악몽이 반복될까봐 아예 섬을 떠난 것이다.

2일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누사 가라바랏 주 재난 지청(BPBD)은 전날까지 발리 섬에서 97가구, 315명의 주민이 롬복 섬으로 대피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아궁 화산이 위치한 발리 섬 동부 카랑아셈 리젠시(군·郡) 출신으로 확인됐다.

아궁 화산 (사진=AFP-연합뉴스) 아궁 화산 (사진=AFP-연합뉴스)


지난주 금요일 부인과 세 자녀를 데리고 나무로 된 작은 배에 몸을 싣고 해협을 건넌 무히딘(42)은 "섬내 대피소로 피난했지만 계속 전해지는 소식이 너무 불안해 더 멀리 대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성이 의심되는 작은 배를 이용한 이유에 대해선 "뱃삯을 부담할 돈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누사 가라바랏 재난방지청의 모하마드 룸 청장은 "롬복 섬에는 공식적인 대피소가 마련되지 않았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넘어온 주민들에게 의식주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인도네시아 재난당국은 지난달 22일 오후 8시 30분을 기해 아궁 화산의 경보단계를 전체 4단계 중 가장 높은 단계인 '위험'으로 높이고, 분화구 반경 9.0∼12.0㎞ 지대에 사는 주민을 대피시켜왔다.

아궁 화산의 분화가 임박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아궁 화산 정상의 분화구에서는 현재 수증기로 추정되는 흰 연기가 50∼20 0m 높이까지 치솟고 있으며, 지하에서는 하루 700∼900차례씩 화산지진이 이어지고 있다.

아궁 화산의 화산지진은 지난주 후반부터 다소 빈도가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지만 경보단계를 낮출 상황은 아니라고 현지 재난당국은 밝혔다.

인도네시아 화산지질재난예방센터(PVMBG) 소속 화산 전문가인 게데 수안티카는 "지하의 마그마가 분출하기 위한 통로를 계속 찾고 있다"면서 "분화구 내에 발생한 균열은 이로 인한 압력이 지속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높이 3천142m의 대형 화산인 아궁 화산은 1963년 마지막으로 분화했다.

당시에는 상공 20㎞까지 분출물이 치솟는 대폭발이 일어났으며, 1천㎞ 이상 떨어진 수도 자카르타에까지 화산재가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일부 주민들은 가축을 보살펴야 한다거나 종교적 이유로 대피하지 않고 화산 주변 마을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말에는 신랑측 집의 제단에서 예배를 드려야만 하는 힌두교 전통 결혼 절차를 따르기 위해 한 현지인 남녀가 대피구역내의 마을로 돌아가 결혼식을 치르기도 했다. 이 결혼식에는 하객이 거의 참석하지 못했다.

아궁 화산 분화구 반경 9.0∼12.0㎞ 이내에 있는 27개 마을의 주민 수는 약 7만 명이다.

그러나 지난달 29일까지 피난한 주민의 수는 14만4천389명에 달했다. 현지 당국 은 굳이 대피할 필요가 없는 주민까지 피난한 것으로 보고 대피구역 바깥 주민들을 귀가시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