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Herald

피터빈트

피서지는 지금 '쓰레기 전쟁'…먹고 마시고 나 몰라라

피서객 떠난 자리는 온통 쓰레기…대천해수욕장 주말 30t 발생

By 임은별

Published : July 30, 2017 -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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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을 맞아 인파가 몰려드는 해수욕장 등 전국 주요 피서지가 각종 쓰레기로 홍역을 치른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된 이달 들어 전국 주요 피서지의 쓰레기 발생량이 급증하고 있다.

피서객들이 버리거나 방치한 쓰레기가 하루평균 수 톤씩에 달하고, 지자체별로 이른 새벽부터 쓰레기 치우는 작업은 시작되지만 좀처럼 쓰레기 수거량은 줄지 않는다.

바다를 낀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서는 폭염 속에 매일 오전 4시부터 쓰레기 수거 전쟁을 치른다.

축구장 4개 정도 면적의 공원 바닥에는 술병, 생수통, 음식물 등만 남아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평일 2.5t 발생하던 쓰레기는 주말이면 두 배 이상 늘어난다.

환경미화원과 자원봉사자 등 6명∼10명이 오전 4시부터 쉬지 않고 4시간 가까이 일해야 수거 작업이 겨우 끝난다.

한 환경미화원은 "피서객들이 음식이나 술을 먹으며 신나게 노는 것은 뭐라 할 일이 아니지만, 몸만 사라지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명칭은 공원이지만 법적으로 호안시설로 분류돼 음식물 섭취를 막을 수가 없다.

쓰레기 무단 투기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사법권이 없는 공무원이 상대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행정처분을 내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이라고 변명하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

밤새도록 술에 취한 사람들이 있다 보니 소란이나 다툼이 벌어져 이틀에 한 번꼴로 경찰관이 출동하기도 한다.

주말이면 하루에 수십만 명이 몰려드는 해운대해수욕장에서는 다음날 오전 4시면 10여 명이 백사장에 일렬로 늘어서서 집게로 쓰레기를 수거한다.

피서객이 떠난 파라솔 아래에는 돗자리는 물론 맥주캔이나 비닐봉지 등이 수북이 방치돼 있다.

해운대구 주민인 박순례(52·여) 씨는 "아름다운 해변이 더럽혀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며 "피서객들이 부산을 방문해 즐겁고 재밌게 노는 건 좋은데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충남 보령시는 대천해수욕장 청소를 위해 57명을 투입, 오전 3시부터 저녁까지 하루 13차례에 걸쳐 쓰레기 수거를 한다.

주말에 수거하는 쓰레기의 양은 30t에 달할 정도다.

워낙 많은 이들이 찾다 보니, 피서객으로 붐비는 머드축제장 주변에는 보령시 관계자들의 손길이 아직 닿지 않아 수북하게 쌓인 쓰레기가 종종 눈에 띈다.

보령시 관계자는 "분리수거가 잘 지켜져 쓰레기가 지난해보다는 줄었다"며 "미처 치우지 못한 쓰레기가 없도록 공익근무요원을 추가로 투입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태안군은 올해 만리포해수욕장에서 '쓰레기 없는 해수욕장 만들기' 운동까지 벌였다.

광주 도심에서 자동차로 50분가량 떨어진 전남 함평군 돌머리해수욕장은 아침마다 쓰레기와의 전쟁으로 피서객 맞이를 시작한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돌머리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은 하루 평균 1천 명에서 1천200명 남짓이다. 이들이 떠난 자리에서 수거한 쓰레기는 매일 1t 트럭 한 대 분량이다.

원두막, 몽골 텐트, 그늘막 등 해수욕객이 밤새 술을 마신 자리마다 동물 뼈나 과일 껍질 같은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난다.

해수욕장 입구에 군청과 어촌계가 설치한 쓰레기 수집장이 따로 있는데도 피서객들은 몇십m를 걸어서 봉투를 갖다버리기 귀찮았는지 머물렀던 자리에 흔적을 두고 떠난다.

버리는 사람과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지만, 그나마 정돈해서 남기고 간 쓰레기는 어촌계 주민의 일손을 덜어주기라도 한다.

해수욕장이 야산과 가까운 탓에 술판이 벌어진 해수욕장을 재빨리 치우지 않으면 들고양이나 야생동물의 잔칫상이 된다.

해수욕장을 관리하는 어촌계 주민들은 쓰레기와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서도 숨돌릴 여유가 없다.

온종일 밀려드는 피서객이 한정된 야영공간을 벗어나거나 쓰레기봉투 없이 터를 잡고 먹거리를 펼쳐놓지 않는지 파수꾼 노릇을 하느라 분주히 해변을 누벼야 한다.

해변에 마련된 쓰레기 분리시설도 잠시만 한눈팔면 종량제 봉투에 담기지 않은 오물로 넘쳐나기 일쑤다.

미관을 해치지 않도록 쓰레기 분리시설 테두리를 감쌌던 비닐이 찢기고 터진 모습에서 해수욕장 이용객의 시민의식이 묻어난다.

돌머리해수욕장 어촌체험마을 김진숙 사무장은 "돈이라고 생각하면 사람들이 그렇게 쓰레기를 버리고 가겠느냐"며 "스스로 머물렀던 자리에 대한 주인의식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최근 주말마다 비가 내린 강원도 지역의 해수욕장은 쓰레기 발생량이 예년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줄었다.

강원지역 지자체는 본격 휴가철을 맞아 쓰레기가 집중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고 인원을 추가해 쓰레기 수거에 나설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