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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빈트

문제도 알려줬는데…사립고 교장, 딸 '교사 부정채용' 무혐의

교육청 수사의뢰로 경찰 수사…검찰 송치 후 1년 만에 "증거불충분"

By Yonhap

Published : Sept. 17, 2019 -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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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립고가 10년 만에 실시한 교사 채용에서 현직 교장이 자신의 딸을 부정 채용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그러나 검찰이 1년 만에 무혐의 처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6일 경찰과 교육계 등에 따르면 A(31)씨는 교육대학원 졸업 후인 2016년 11월 모교인 충남의 B고교 수학교사 채용시험에 응시했다. A씨는 당시 B고 현직 교장 딸이었다.

현직 교장 딸이 응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교사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관할 교육청에 '공정한 시험이 치러지게 해 달라'는 민원이 접수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B고는 그해 11월 25일 치른 1차 시험에서 과락(科落) 없이 5배수를 뽑아 수학교사 시험 응시자 15명 모두 1차 시험을 통과하게 했다. 또 시험 비중을 1차 30%, 2차 70%로 둬 면접 등으로 이뤄진 2차에서 등수를 뒤집을 여지를 크게 뒀다.

충남교육청에 따르면 A씨는 1차 시험에서 15명 중 중간 정도의 성적을 받았고, 2017년 2월 발표된 최종합격자 3명에 포함됐다.

이후 일부 수험생들이 "면접 때 장학사가 지켜보는 자리에서도 교사들이 A씨만 수험번호가 아닌 이름으로 불렀다"고 교육청에 신고하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교육청은 5개월간 자체조사 결과 채용비리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아버지인 당시 교장은 2차 시험 전 채용전형위원회 위원이었던 교사 C씨를 시켜 자신의 딸에게 시험 문제를 전달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C씨는 경찰에서 "A씨에게 문제를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고 '연습문제니까 한번 풀어보라'며 시험 문제를 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1차 시험 문제는 교육청에서 배포해 미리 유출할 수 없었지만, 2차 시험 문제는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만든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다.

채용전형위원회 위원이었던 또 다른 교사는 경찰에서 "교장이 면접 때 자신의 딸이 높은 점수를 받게 하라고 평가위원들에게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장이 시험 기간 출제위원·면접관들과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도 경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A씨 부녀는 경찰에서 "채용비리까지는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교장은 경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명예퇴직했다.

사건을 수사한 충남 아산경찰서는 당시 교장과 딸 A씨, 채용전형위원이었던 교사 C씨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작년 5월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그러나 사건을 넘겨받은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1년 가까이 지난 올 4월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유는 증거불충분이었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검찰 관계자는 "수사 관련 내용은 확인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증거 자료를 근거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검사가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결론을 냈다"며 "관련자들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면서 처벌받지 않겠냐고 생각했고, 송치 후 보강 수사 지휘를 받은 일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의자들이) 어떤 법적 조력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무혐의가 나와서 안타까운 면이 있다"고 했다.

검찰 측은 "검찰에서 공들여 기소해도 법원에서 무죄가 나올 수 있는 것처럼, 경찰에서 나름대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어도 검찰의 조사·판단 결과 무혐의로 결론 내릴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사립학교 교사 채용 규정이 허술해 이 같은 채용비리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립학교는 1차에 몇 배수를 뽑을지, 1차와 2차 시험 반영 비율을 어느 정도로 할지를 학교 자율로 정한다.

A씨가 채용되던 2017년도 B고 교사 채용 당시 1차 시험 점수는 학교만 알았고, 교육청은 합격자 명단만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