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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동갑 남편과 장애 아들 남겨놓고…아내와 엄마가 떠났다

By Yonhap

Published : Jan. 30, 2018 -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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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병원 희생자 중 가장 어렸던 이희정(35)씨 발인…14살 아들은 엄마 지켜보지도 못해

14살 아들은 끝내 엄마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지 못했다.

29일 오후 2시 10분께 경남 밀양시 희윤요양병원 장례식장에서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 이희정(35·여)씨 발인이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 씨는 이번 화재로 숨진 39명 중 나이가 가장 어렸다.

그는 지난해 12월 차에 치여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주변으로부터 물리치료를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난해 12월 말 세종병원으로 옮겼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그는 화재 당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 2층에 입원한 상태였다.

이 씨와 띠동갑 남편 사이에는 뇌병변 장애를 앓는 14세 아들이 하나 있다.

일상생활이 힘에 부칠 정도로 거동이 불편한 아들은 2년 전부터 부산의 한 특수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식당일을 하던 이 씨에게 주말에 한 번 남편·아들과 만나 보내던 시간은 삶의 가장 큰 기쁨이었다.

남편 문모(47)씨는 불교식으로 치러진 발인제가 시작되자 아내의 영정사진 앞에 미동도 없이 앉아 있었다.

준비하지 못한 이별을 갑작스레 맞이한 탓인지, 스님이 고인의 극락왕생을 빌 때도 영정사진만 한참 동안 바라봤다.

이날 발인은 이 씨 가족과 친지 5∼6여명만 모인 가운데 조촐하게 치러졌다. 14살 아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거동이 불편해 발인에 함께 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친지들이 아들을 부산으로 돌려보냈기 때문이다.

엄마를 떠날 수 없다는 아들 얘기에 친지들은 '그럼 하룻밤을 보내고 다시 돌아가라'고 타일러야 했다.

빈소를 나선 이 씨 유족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조용히 흐느끼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 씨의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쓰러질 것 같아 화장장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겠다"며 "손주를 남긴 채 먼저 떠나버린 자식을 두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흐느꼈다.

자식 잃은 슬픔에다, 엄마 없는 하늘 아래 살아갈 손주 걱정까지 더해지자 노모는 말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남편 문 씨의 제부 김모(34)씨는 "가족들이 여태껏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식사도 거의 하지 않았다"며 "(아이한테는) 엄마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큰데 지금 그 부분이 제일 걱정이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이 씨를 비롯해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 15명의 장례가 치러졌다. 이들의 빈소는 밀양시, 김해시, 부산시 등지 장례식장 9곳에 분산됐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