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Herald

소아쌤

고려대 '키다리아저씨' 올해도 1억 입금…선행 낳는 익명기부

By Yonhap

Published : May 14, 2018 - 09:41

    • Link copied

매년 1억씩 4년째 장학금…"이름이 중요한가요?" 기부자 예우 사양
현금·선물바구니에 소나무 기증까지…나눔 실천 익명기부 '선순환'

"올해도 1억원을 보내드립니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아르바이트하느라 학업에 소홀해지는 일이 없도록 잘 써주세요. 제 이름이요? 그게 뭐가 중요한가요."

14일 고려대에 따르면 이 학교 기금기획본부에는 지난달 익명의 장학기금 1억원이 입금됐다.

고려대 관계자는 "학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키다리 아저씨'"라면서 "올해로 4년째 매년 1억원을 학교에 기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키다리 아저씨'는 고려대 출신으로, 어려운 가정 형편을 극복하고 지방에서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그는 자신처럼 어린 시절 어려운 상황에 놓인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마침 모교가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성적장학금을 없애고 실제 필요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어 기부처로 선택했다고 한다.

고려대는 '키다리 아저씨'의 기부금 등으로 'KU 프라이드 클럽(Pride Club)' 장학기금을 운영하면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이나 해외 교환학생 기회를 주고 있다.

고대 관계자는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는 교내 시설에 기부자 이름을 붙이는 '네이밍'으로 예우하는데, '키다리 아저씨'는 예우를 일절 사양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학가에 이따금 전해지는 익명 기부금 소식은 어려운 경기 탓에 움츠러든 기부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녹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달 2일 이화여대 동창 초청 행사장에는 한 익명 기부자가 현금 495만원과 과자·초콜릿, 책 '82년생 김지영' 등이 들어 있는 장바구니를 놓고 가 화제가 됐다.

이대 측은 "학교 캠퍼스에 익명으로 기부금을 놓고 간 사람은 처음"이라면서 "기부금은 학생복지기금에 보탤 계획이며, 익명 기부의 뜻을 존중해 누구인지 찾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부 전문가들은 익명 기부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진정성 있는 선행으로 알려지면서 또 다른 기부의 '씨앗'이 된다고 설명한다.

최근 고려대에는 한 익명의 사업가가 "다른 사업가의 기부 소식을 보고 좋은 뜻에 동참하고 싶었다"며 수백만원 상당 소나무를 기증하기도 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장학금 혜택을 받은 학생들은 대부분 '나도 성공해 후배들에게 나눔을 실천하고 싶다'고 한다"면서 "기부가 또 다른 기부를 낳는 '선순환'이 대학을 지탱하는 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