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최소 직무유기...최대 내란·외환 방조"

국정원 능력 키워야...방첩사는 "해체 수준 정비"

尹 정부 때 한미 정보협력관계 되려 약화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의원실 제공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의원실 제공

[코리아헤럴드=김아린 기자]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직무에서 배제된 사이 권한대행 체제에서 단행된 국가정보원 고위공무원단 인사를 조태용 국정원장의 권력 공백기를 틈탄 '자기 사람 챙기기'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 의원은 28일 코리아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 사이에 국정원 1·2·3급 인사가 있었는데, 이는 조 원장이 정기 인사라는 명분을 내세워 자기 사람들을 심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국정원 고위급 인사가 진행된 내막에 대해 "조 원장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자신이 올린 인사안을 묵살하자, 대행을 넘겨받은 최상목 경제부총리에게 다시 요청해서 임명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했다. 이어 "만약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집권하게 된다면, 계엄 직후 권한대행 체제에서 이뤄진 국정원 인사가 원칙을 제대로 지킨 인사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 박 의원은 국정원이 고위직 인사들에 대한 신원조사 권한을 이용해 "국가관, 안보관을 검증한다는 명목으로 극우에 가까운 색채의 사람들을 기용하게끔 하고 있다"면서, "신원조사권을 잘못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앞서 '내란 은폐 및 알박기 인사 저지 특별위원회'를 가동하고, 정권 말기 국정원을 비롯한 공공기관 고위직 인사를 견제하기 위한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조 원장을 국정원법상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한 박 의원은 "(조 원장이) 국정원법 4조가 규정한 내란·외환의 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배포할 임무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사태에 있어 조 원장은 "최소 직무유기, 최대 내란·외환죄 방조"라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국정원이 다른 건 몰라도 우리 군의 대북 위협 행위에 대한 보고를 대통령 또는 안보실장에게 올려야 했는데, 보고하지 않았다면 단순 직무유기가 아닌 외환을 방조한 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간 민주당에서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계엄을 선포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국지 도발을 유도했다는 주장을 줄곧 펴왔다.

박 의원에 따르면,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7월경부터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가능성을 우려해 당의 대비 태세를 주문했다.

박 의원은 '혹시 비상계엄을 하면 대응 방안이 있냐'는 이 당시 민주당 대표의 질문에 "필리버스터나 무제한 토론 등을 통해 비상계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미리 지적해 두겠다고 답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때 국방위원인 김민석 수석최고위원과 김병주 최고위원도 이미 주시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혹시 모를 비상계엄에 대비한 대응 방안에 대해 우원식 국회의장 측과도 미리 논의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 선포 두 달 전 즈음에 의장 쪽에도 공유를 드렸는데, 우 의장은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 만일의 사태 때 본회의장에 일찍 도착할 수 있도록 관저 대신 국회 경내에서 간혹 잠을 청하는 방안까지 얘기했다"고 했다.

박 의원은 윤 정부 들어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시행된 국정원 개혁을 되돌리려는 시도가 계속 포착됐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제는 폐지된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활동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예를 들면서, "계엄을 하기 위한 사전 정비 작업으로 의심돼 국정원에 계속해서 경고했었다"고 했다.

비상계엄에 따른 권력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국정원 개혁도 추진되냐는 질문에 박 의원은 국정원은 "정치 중립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겠지만, 특별히 (개혁의) 대상이 되진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AI 시대에 들어 전략 정보 수집이 어려워진 지금은 국정원의 능력을 키우는 게 제일 중요한 개혁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정부 내에서도 국정원의 임무와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국정원장은 부총리급의 자리로, 대북·대테러 등 국가 안보 문제에 있어 국무위원들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박 의원은 국군방첩사령부에 대해선 "해체 수준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방첩사의 군 내 신원 조사 기능은 국방부 인사과로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박 의원은 윤 정부 때 오히려 한미 간 정보 협력이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면서, 국정원이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 지정한 것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을 그 징후로 꼽았다. 그는 "윤 정부의 대북 기조로 인해 남북 관계가 퇴행하면서 대북 정보력이 허술해졌고, 미국에 줄 수 있는 정보가 없어졌다"며 "정보엔 모름지기 '기브앤테이크'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 정보기관이 미국에 주는 게 없으니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의원은 '내란 특검'이 출범한다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등 주요 증인들이 더 구체적으로 진술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국정원직원법은 재직 중에 알게 된 정보에 대한 발설을 제한하는데, 내란 특검의 참고인이 되면 구애받지 않고 윤 전 대통령의 지시 등에 대해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r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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