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검사로 생모 찾은 입양인 경은 데이비슨 씨

  • Published : Aug 19, 2016 - 11:47
  • Updated : Aug 24, 2016 - 23:21
“정말 믿을 수 없는 경험이었어요. 제 평생의 꿈이 이뤄졌으니까요.”

해외 입양인 경은 데이비슨 (33) 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만 3세때 미국으로 입양됐다.평생 그리워해 온 친어머니를 찾기 위해 2005년부터 2년이나 한국에 머물렀지만 입양기관의 정보공개 거부로 인해 재회의 꿈은 무산됐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친어머니를 찾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던 중, 무심코 온라인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 본인의 DNA 정보를 등록했다 꿈같은 소식을 들었다.

헤어진지 30년만에 친어머니를 찾은 것이다.

어릴 적 사진:
경은 데이비슨 씨는 3살이던 1986년 미국으로 입양돼 오레곤에서 자랐다. (경은 데이비슨)

“8월 3일 밤에 단순히 잠이 오지 않아서 등록했을 뿐이에요. 제 유전자 정보는 2년전에 검사해서 받아놓은 게 있었고요.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입력했는데 고작 48시간 만에 제 친어머니와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데이비슨 씨는 미국 국적의 한국계 혼혈입양인 모임 ‘325KAMRA’의 유전자 (DNA)검사 프로젝트를 통해 친생모를 찾은 첫번째 입양인이다. KAMRA 대표단은 지난 4월, DNA 검사 키트 300개를 들고 한국에 입국했다. 해외로 자녀를 입양보낸 한국인 부모들의 유전자 정보를 모아 미국에 거주하는 입양인과 만날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였다.

300개의 키트 중 한개가 바로 한국에서 딸을 찾고 있었던 데이비슨의 친어머니에게 전달됐다. KAMRA는 그의 검사 결과를 미국의 민간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GEDmatch.com)에 등록했고, 데이비슨 씨가 이달 초 본인의 정보를 같은 웹사이트에 공유하면서 근 4개월만에 매칭이 이루어졌다.

“제 최초의 기억은 친엄마에 대해 상상하던 기억이에요. 세살에 미국으로 입양된 이후로 하루도 엄마를 그리워 하지 않은 날이 없어요.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어 정말 기뻐요.”

국회 자료에 따르면 입양인의 입양정보 청구권이 강화된 2012년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에도 정보를 요청한 입양인의 14.7% 만이 친부모와 상봉했다. 70, 80년대 입양기관들의 서류 조작으로 인해 이름이나 출생지가 처음부터 사실과 다르거나 기록 자체가 유실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록 열람을 거부당하는 입양인들도 여전히 많다.

데이비슨 씨 역시 한국에 체류했던 2007년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에 친어머니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으나, 친생부의 동의 없이는 공개할 수 없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답만 돌아왔다.
“입양 기관의 1순위는 아이들과 입양인이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우리는 상품이나 소모품이 아니에요. 그들이 가장 신경써야 할 것은 친생부모의 입장이나 입양 기관 스스로의 이윤보다, 입양인의 권리여야 하는 것 아닌가요?”

같은 해 친생부와는 재회했지만 첫 만남 이후 생모에 대해 물어보기도 전에 연락이 두절됐다. 몇주 전에야 본인이 친어머니의 동의 없이 입양되었다는 것, 그리고 2007년에 기관에서 들려준 입양 당시의 정황도 전부 지어낸 거짓말이었음을 알게 됐다.

“2007년에 아버지와 연락이 끊긴 뒤엔 정말 처참한 기분이었어요. 더 이상 한국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죠. 입양기관에서 정보 공개를 거부한 상태에서, 아버지만이 어머니에 관한 정보를 쥐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으니까요. 단순히 아버지와 연이 끊긴 것이 아니라 친어머니를 찾을 가능성 역시 그 때 잃어버렸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해 미국으로 돌아왔어요.”

KAMRA 관계자 벨라 시걸 달튼 씨는 “현재 한국 정부의 입양인 뿌리찾기 지원 서비스는 매우 비효율적이며 대부분 입양서류에 의존하고 있는데 기록 자체가 틀린 경우가 많다” 며 “실제로 친생부모가 아닌 엉뚱한 사람과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고 지적했다.

그는 또 “DNA 검사만이 친생가족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하게 정확한 방법이다” 며 “유전자 정보는 친생부모 뿐만이 아니라 친형제나 자매들도 이어준다. 입양 서류가 있든 없든 가족을 찾는게 가능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라도,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끈이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DNA 은행을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입양인이자 스웨덴 칼스타드 대학교의 조교수인 토비아스 후비넷 씨는 “한국 정부는 20만명이나 되는 아이들의 입양을 국가 차원에서 제도화하고 정당화한 책임을 져야한다” 며 “민간 차원이 아닌 공공 DNA 은행을 세우고 해외 입양인과 한국에 있는 친생가족들에게 검사받기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워싱턴 주에 거주하고 있는 데이비슨 씨는 곧 친어머니와 직접 만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사진:
DNA 검사로 친어머니를 찾은 입양인 경은 데이비슨 씨 (경은 데이비슨)

“어린 시절 친부모조차 날 원하지 않았던 이유가 뭘까 생각하며 괴로워했어요. 이젠 친어머니를 찾았고 엄마가 절 언제나 사랑하셨다는 걸 알아요.”

자녀나 형제 자매를 해외로 입양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서울 종로에 있는 뿌리의 집에서 무료로 DNA검사를 받을 수 있다. 4월에 300개의 키트가 기증됐지만 현재 100여명 정도만 검사를 받은 상태다. KAMRA의 시걸 달튼 씨는 “DNA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1년도 되지 않아 첫번째 상봉 사례가 나온 것은 매우 고무적이지만 아직도 홍보가 부족하다”며 “최대한 많은 친생부모들과 입양인들이 검사를 받을수록 재회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검사를 희망하는 사람은 뿌리의 집 (02) 3210-2451 으로 문의하면 된다.

코리아 헤럴드 이다영 기자 (dy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