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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 후보'가 총장 된 고려대…선출제도 놓고 뒷말 무성

"복잡한 선거제도가 구성원 뜻 왜곡"…제도 개선 촉구 목소리

By Yonhap

Published : Dec. 23, 2018 -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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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후보자 1차 투표 5위→2차 투표 공동 2위→차기 총장 선임.

20일 발표된 고려대 20대 총장 선출결과를 두고 학내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첫 공과대 출신 총장'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는 불만이 적지 않다.


고려대 20대 총장에 선임된 정진택 교수 (연합뉴스) 고려대 20대 총장에 선임된 정진택 교수 (연합뉴스)

22일 고려대에 따르면 이 대학 이사회는 20일 이사회를 열어 차기 총장에 정진택(58·기계공학부) 교수를 선임했다.

정 교수는 후보자 7명을 대상으로 한 1차 투표에서 5위로 컷오프를 통과했다. 이런 탓에 교수 사회에서는 차기 총장이 될 유력 후보로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온 배경으로는 고려대의 복잡한 총장 선출제도가 꼽힌다.

고려대 총장 선출 과정은 후보자 등록 후 크게 3단계 과정을 거친다.

등록을 마친 후보자 가운데 고려대 전임교원 대의기구인 교수의회가 진행하는 1차 투표에서 5% 이상 득표한 후보자만이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가 심사하는 무대에 진출할 수 있다.

총추위는 올라온 후보자 가운데 최종 후보로 올릴 3명을 가려내는 역할을 맡는다. 교수 15명, 교우회 5명, 법인 4명, 교직원 3명, 학생 3명 등 30명으로 구성된 총추위는 1인당 3표를 행사해 최다득표자 3명을 법인에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법인은 이사회를 열어 3인 가운데 총장을 선출한다. 다만 이사회는 총추위 점수나 순위와 관계없이 면접 등 나름의 심사를 거쳐 총장을 선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선거에는 김동원(58·경영학과), 남기춘(56·심리학과), 선경(61·의학과), 이두희(61·경영학과), 정영환(58·법학전문대학원), 정진택(58·기계공학부) 교수와 최광식(65·한국사학과) 명예교수 등 총 7명이 후보로 등록했다.

이 가운데 1차 투표에서 5% 이상 득표 기준을 통과한 이들은 5명이었다. 교수의회는 7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예비심사 투표를 진행해 김동원, 선경, 최광식, 이두희, 정진택 교수로 후보자를 압축했다. 정 교수는 5위로 컷오프를 통과했다.

하지만 1차 투표에서 5위로 쳐졌던 정 교수는 총추위 투표에서 최종후보자 3인에 선정됐다. 총추위 투표에서는 최광식 명예교수가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두희 교수와 정진택 교수는 득표수가 같아 공동 2위를 기록했다.

정 교수가 총추위 투표에서 공동 2위로 뛰어오른 데는 총추위원들 간에 견제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총추위 투표는 추천위원 1인이 3표씩을 행사한다. 총추위원들이 유력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1표는 지지 후보에게 던지고 나머지 2표는 하위권 후보에게 투표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실제 고려대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이번 총장 선출결과가 예외적인 경우라며 투표 구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분석 글이 올라왔다. 일부 학생들은 댓글을 통해 제도 개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총추위 투표에서 공동 2위 자격으로 최종후보자로 추천된 정 교수는 결국 법인 이사회에서 차기 총장으로 최종 낙점을 받았다.

정 교수가 새 총장으로 결정되면서 일부 교수들의 반발도 감지된다.

한 인문대 소속 교수는 "현행 총장 선출제도가 학생, 교수, 교직원 등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이사회가 1차 투표에서 5위를 기록한 후보자를 선택한 것은 교수들의 민의를 깡그리 무시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지나치게 복잡한 총장 선출제도 탓에 대학구성원의 민의가 왜곡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사회가 총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1순위 후보가 낙점을 받지 못한 사례는 과거 서울대에서도 나온 바 있다.

2014년 서울대 총장 선거에서는 정책평가에서 2순위를 기록한 당시 성낙인 후보자가 이사회의 최종 선택을 받아 구성원 간에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