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아시아계 열풍…한국계 배우·한류 콘텐츠 뜬다

"높아진 아시아 위상·다양한 목소리 반영"

  • Published : Oct 24, 2018 - 09:36
  • Updated : Oct 24, 2018 - 09:36

최근 할리우드에 아시아 열풍이 부는 가운데 한국계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한국 관련 콘텐츠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는 높아진 아시아 위상과 다양성에 대한 요구 등이 반영된 결과로, 일시적인 흐름이 아니라 앞으로 점점 확대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 존재감 높이는 한국계 배우들


(연합뉴스)

얼마 전 한국계 배우 존 조가 주연한 영화 '서치'는 파격적인 형식과 색다른 재미로 큰 주목을 받았다. 오는 25일에는 아시아계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 개봉한다.

중국계 뉴요커 여성과 싱가포르 최고 갑부 아들의 로맨스를 코믹하게 그린 작품으로, 1993년 '조이 럭 클럽' 이후 할리우드에서 25년 만에 나온 동양인 주·조연 영화로 화제가 됐다. 지난 8월 북미에서 먼저 개봉해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 작품에는 주연을 맡은 콘스탄스 우와 헨리 골딩 이외에 한국계 아콰피나(본명 노라 럼)와 켄 정이 출연했다.

아콰피나는 주인공 레이철의 친구 페린 고 역을 맡아 코믹 감초 연기를 선보였다. 중국계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난 아콰피나는 배우 겸 작가, 래퍼이자 뮤지션으로 활동 중이며 최근 영화 '오션스8' 등에 출연, 얼굴을 알렸다. 의사 출신 한국계 미국인 켄 정은 '트랜스포머 3' '슈퍼배드2' 등에 나온 유명 코미디 배우다.

배우 수현은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신비한 동물사전2·11월 14일 개봉)로 전 세계 관객과 만난다.


(연합뉴스)

전작 '신비한 동물사전'에 이어 '해리포터' 시리즈의 J.K 롤링이 각본을 쓴 작품으로, 수현은 피의 저주를 받아 뱀으로 변하는 여성 서커스 단원으로 출연한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과 '다크 타워: 희망의 탑'(2017)에 이어 수현의 세 번째 할리우드 진출작이다. 수현은 최근 인터뷰에서 "할리우드에서 아시아 배우들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음을 체감한다"며 "동양인들이 지금껏 맡지 못한 배역을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외에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의 스티븐 연, '메이즈 러너' 시리즈의 이기홍, '그레이 아나토미' 시리즈의 샌드라 오, 드라마 '로스트' 시리즈와 '미스트리스' 시리즈에 출연한 김윤진 등이 할리우드에서 활약했다.

◇ 한류 콘텐츠 영화·드라마로 제작

한인들을 내세운 드라마도 잇따라 제작된다. 영화진흥위원회 등에 따르면 최근 TV 콘텐츠로 영역을 넓힌 애플은 한국계 이민자 가정을 소재로 한 드라마 '파친코'를 제작한다.

재미 한국계 작가 이민진씨가 쓴 소설이 원작으로,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일본에서 4대에 걸쳐 산 한국인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해 전미(全美)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뉴욕타임스와 USA투데이, 영국BBC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힌 화제의 책이다. 이민진 작가와 함께 TV 시리즈 '더 테러' '위스퍼스' 등의 각본과 제작을 맡은 수 휴가 드라마 총괄 프로듀서로 나선다.

앞서 캐나다 국영방송 CBC는 코미디물 '김씨네 편의점'을 방영했다. 1980년대 토론토에 이민한 김씨 가족이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겪는 일들을 재미있고 진솔하게 그린 드라마로, 2016년 방영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어렸을 때 이민한 최인섭씨가 극본을 썼고, 2011년 연극으로 먼저 선보인 뒤 드라마로 만들었다.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시즌2까지 방영됐고, 넷플릭스가 최근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여름 넷플릭스가 공개한 오리지널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도 큰 반향을 얻은 작품. 고등학교 2학년인 주인공 라라 진이 짝사랑하던 남자들에게 몰래 쓴 연애편지가 발송되면서 벌어지는 아슬아슬한 연애 소동을 유쾌하게 그렸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제니 한이 쓴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으로,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한국계 혼혈이지만, 영화에서는 베트남 출신 라나 콘도르가 연기했다.

◇ "높아진 아시아 위상·다양성 요구 반영"

최근 한국계 배우들의 활약과 한류 콘텐츠 제작은 할리우드에 부는 아시아 열풍과 흐름을 같이 한다.

그동안 할리우드는 아시아 배우들을 구색 갖추기나 괴짜 기술자, 수학 천재 등 특정 배역에만 캐스팅했다. 혹은 동양인 역할도 백인들로 발탁해 '화이트워싱'(whitewashing)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수현은 "과거 오디션을 본 작품 중에는 아시아인이 할 역할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백인이 섭외되는 경우도 봤고, 한 작품당 아시아인은 1명이라는 룰도 들었다"고 했다.

'서치'의 존 조도 인터뷰에서 "할리우드에서는 영화 주인공이 백인이 아닌 경우, 왜 아닌지 정당한 이유가 필요하다"면서 할리우드의 척박한 동양인 캐스팅 환경을 토로했다.

그나마 몇 년 전부터 할리우드 영화들은 아시아 최대 영화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을 의식해 중국 로케이션이나 중국 배우들을 끼워 넣는 식으로 중국 관객을 공략하곤 했다. '그레이트 월','아이언맨3' '콩: 스컬 아일랜드'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최근 아시아의 위상이 높아지고 다양성을 반영하라는 목소리가 커진 데다, 상업적 흥행 가능성도 확인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 위상이 높아지고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아시아 커뮤니티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면서 "아시아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과 고민 등을 재미와 감동으로 풀어주는 영화들을 찾게 되고, 비아시아인들은 자신들의 미래와 관련해 아시아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아시아 열풍이 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평론가는 "이민 1세들에게 가장 큰 장벽이었던 언어 문제가 2세, 3세들에게는 허물어지다 보니 (영어에 능통한) 존 조와 같은 배우들이 주연으로 발탁될 기회나 횟수가 늘어난 측면도 있다"며 이런 경향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윤성은 평론가는 "지난 몇 년간 여성, 흑인 배우들의 캐릭터나 개런티 문제와 관련, 차별을 폐지하라는 영화인들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자정 운동이 일었다"고 설명했다.

윤 평론가는 "그러면서 흑인 영웅을 그린 블록버스터 '블랙 팬서'도 만들어지고, 흑인만 등장하는 '문라이트'도 제작돼 호평받았다"며 "아시아계 배우들만 나오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제작과 상업적 성공 또한 이런 할리우드 흐름의 확장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