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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틱 포토그래퍼 런항, 30세에 단명

By 임정요

Published : Feb. 28, 2017 -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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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았던 독보적 아티스트 런항 (Ren Hang)이 24일 만 30세의 나이로 절명했다.

강렬한 색채와 나체를 대비시킨 인물사진으로 알려진 런항은 중국 당국의 숱한 제재를 받으며 어렵게 작품활동을 이어왔다. 중국 공안으로부터 뭍매를 맞았지만 해외에선 널리 인정받은 작가였다.

구찌, GQ 차이나 등의 잡지에 사진을 싣기도 했고 20번이 넘는 개인전과 70번 이상의 단체전에 작품을 걸었다.

사망 당시 그는 암스테르담 갤러리에 전시를 열고 있었고 독일 출판사 타쉔과 새로운 책을 낸 상태였다. 


런항의 작품 (사진=renhang.org) 런항의 작품 (사진=renhang.org)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타쉔의 에디터 다이앤 한슨 (Dian Hanson)은 런항이 지난 10월부터 “지독한 우울증”에 빠져 힘겨워 했다고 전했다.

런항은 개인 웹사이트에 자신의 우울증에 대해 공개적으로 글을 썼다. 환각을 보며 환청을 듣는다고도 했다.

그는 올초 중국의 트위터인 ‘웨이보’ 계정에 “매년 같은 소원을 빈다. 일찍 죽기를. 올해엔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런항은 중국 지린성에서 태어나 북경으로 대학을 진학했다. 대학생활 중 별도의 교육없이 그저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친구들을 모델삼아 사진 찍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사회공유망 서비스에 사진을 공유하며 두터운 마니아 팬층을 형성했다. 팬들이 모델로 자청해 사진을 찍기도 했다.

런항의 작품은 성적으로 억압된 중국사회에서 변모하는 성관념과 성적 자유에 대한 갈망을 창의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평가받았다.

영국 사진학 저널은 런항이 “사람들이 중국인을 로봇처럼 생각하는 게 싫다...성을 비밀스러운 보물인양 숨기며 산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내용을 인용한 적이 있다.

이런 런항의 작품은 포르노가 불법인 중국에서 공안의 강한 제재를 받았다.

그는 수차례 체포되었고 작품을 억류 당하기도 했다.

런항은 자신의 작품에 정치적 메세지가 담겼다는 평가를 꾸준히 부정해 왔다.

“내 작품이 중국 정치에 간섭하는 게 아니라 중국 정치가 내 작품에 간섭하는 것이다”며 2015년 온라인 잡지 데이즈드(Dazed)와 인터뷰하기도 했다. 

런항의 팬들은 그의 SNS계정에 추모의 글을 남기며 애도하고 있다.

개중엔 “나는 (당신의 죽음이) 슬프지 않다. 당신은 이곳에서 행복하지 않았으니까”라고 적었다.

(kh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