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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불황의 그늘'…부도난 협력업체 직원 안타까운 선택

By KH디지털1

Published : April 21, 2016 -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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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조선 경기 악화로 조선업이 불황에 허덕이는 가운데 부도난 조선업 협력업체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21일 광주의 한 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8일 조선소 협력업체 직원이 해고된 후 실업자로 지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Yonhap) (Yonhap)

30대 후반의 나이인 A씨는 2개월 전 쯤에 다니던 조선소 협력업체가 부도나 문을 닫으면서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

A씨는 직장을 잃은 뒤 환갑이 다된 어머니에게 의지해 용돈을 받아 쓰며 지냈다.

재취업하거나 다른 직업을 구하려 해도 조선소에서 힘든 샌딩 작업을 하다 다친 허리 통증이 악화되면서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샌딩작업은 건조한 선박 외관이 녹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장작업을 하기 전 모래나 쇳조각을 고압으로 분사해 철판 표면을 벗기는 작업이다.

작업자들은 작은 샌딩용 입자가 살 속을 파고드는 위험한 작업환경 탓에 보호복을 입어 한겨울에도 땀을 비 오듯 흘리고, 고압 분사 호스에 맞아 몸을 다치기 일쑤다.

고된 환경을 견디며 일한 A씨는 조선소 협력업체가 조선업 불황으로 부도를 맞아 문을 닫자 어쩔 수 없이 부모에게 의지하며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여러 차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처음에는 야산에서, 두 번째는 차 안에서, 마지막에는 자택에서 안타까운 선택 끝에 숨졌다.

A씨가 남긴 유서에는 자신을 발견하면 어머니에게 연락해달라는 내용과 함께 어머니를 향한 애절한 유언이 적혀있었다.

"후세에 엄마가 내 자식으로 태어나면, 그동안 엄마한테 받아왔던 사랑 이상을 베풀께요…미안해요."

조선업 불황의 그늘아래 세상을 떠난 A씨가 마지막으로 세상에 남긴 말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