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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新냉전> 재편되는 동북아…‘비상 해법’ 찾아야

By KH디지털1

Published : Feb. 12, 2016 -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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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북한이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 발사까지 감행하면서 '한미일 대 중국', 나아가 '한미일 대(對) 북중러' 냉전적 대립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북한의 도발로 시작된 긴장의 파고가 '지정학의 귀환'으로 불릴 정도로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외교·안보지형을 송두리째 흔드는 형국이다.

격랑의 시작은 북한발 도발이었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통해 핵능력을 고도화, '사실상의 핵무장' 문턱까지 진입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졌다.

북한의 핵보유국 의지가 너무나 명백하다. 국제사회는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 구축을 위한 북한의 폭주를 더 이상 내버려두기 어려운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Yonhap) (Yonhap)

그러나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도록, 다시 말해 북한의 전략적 셈법을 바꾸기 위한 대북제재 전선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전략적 인식'을 달리하면서 신냉전의 기운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갈등이 새로 불거졌다기보다 감춰졌던 속살이 드러난 측면이 크다.

중국과 러시아는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에는 한목소리를 내왔지만 '새로운 접근법'이 요구되는 결정적 순간에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여기는 속내를 드러내며 감싸기 행태를 보여준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삐걱거리던 한중관계와 한러관계, 더 큰 틀에서 한반도·동북아의 외교·안보 지형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한미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으로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관련 공식 협의를 시작하기로 하면서 파열음은 커지고 갈등은 노골화됐다.

양국이 역대 '최상의 관계'라고 평가해오던 한중관계는 중국이 주중 한국대사를 초치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러시아 역시 주러 한국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 문제를 단순한 안보상 우려가 아닌 한반도에서의 미사일요격 체제 구축에 따른 미국과의 '핵전력 균형' 관점에서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실제 사드 배치 결정시 '한미일 대 중러',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기존 냉전 대립구도가 더욱 확고히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본 지지통신은 다음 달 3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기간에 한미일이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조정하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향후 외교·안보 분야에서 3국간 공조는 강화될 것으로 보이고, 중러의 공조도 더욱 견고해질 가능성이 있다.

물론 최근의 갈등 기저에는 미중간 역내 패권 다툼이 자리 잡고 있다.

패권국 미국은 강력한 도전자로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통해 일본과 대중국 포위에 나섰고, 중국은 이에 반발해 러시아와 선택적 공조를 강화해왔다. 미일대 중국간 갈등은 남중국해에서 본격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북한은 미중간, 한중간에 틈이 벌어지는 상황을 즐기고 있으며, 핵·미사일 도발 이후에도 서해 북방한계선(NLL)이나 비무장지대(DMZ) 내에서의 국지적 도발 등을 통해 신냉전 구도 고착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역시 이미 집단자위권을 골자로 하는 안보법 개정으로 날개를 단 데 이어 신냉전 구도를 평화헌법 개정과 이를 통한 군사대국화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의 신냉전 구도는 군비경쟁을 촉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폭발성을 더하고 있다. 북핵 위협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국내에서 사드 배치는 물론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핵무장론이 일기 시작했다.

거센 풍랑이 일면서 우리 외교 역시 중대한 갈림길에 섰으며 '비상한 외교'와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칫 중심을 잃으면 방향을 잃고 배가 난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미중 갈등 속에서 완충역할을 통해 북핵 해법과 한반도 평화통일이라는 국익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북핵 해법에서 거대한 '중국의 벽'에 부딪히자 그동안 애써 자제해왔던 사드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는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중국의 협력을 모색해오던 기존 외교전략의 변화 가능성을 내포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당장 박근혜 정부의 핵심 외교 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동북아평화협력구상도 상당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중, 한러관계가 틀어지면 정부가 4강 외교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미동맹이냐 한중관계냐의 선택의 기로에 몰릴 수도 있다.

사드 배치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은 남아 있지만,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사드 협의 카드를 너무 성급하게 꺼낸 것 아니냐, 자충수를 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신냉전 구도를 지연 또는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미국의 전술핵 배치 주장도 제기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2일 "미중 대결 구도가 심화하면 우리는 빈손이 될 수도 있다"면서 "중국과 이견이 있어도 대화의 문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는 한편, 중국과도 최소공배수를 찾아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우리 내부에서도 핵무장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득보다 실이 큰 옵션"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들여와 핵균형이 맞춰진다면 우리가 일방적으로 안보 위협을 당하는 상태에서 북한 비핵화를 주장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이 열리는 것"이라면서 전술핵 배치의 신중한 모색을 주장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