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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은행 박현남 대표의 “슈퍼맘 리더십”  

By 정주원

Published : Jan. 13, 2014 -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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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종로구 서린동 도이치은행 서울지점 내 집무실에서 인터뷰하는 박현남 대표 (사진 = 코리아헤럴드 박해묵 기자)

“남자들이 하루에 24시간이 필요하다면, 일하는 엄마들은 30시간이 필요해요. 회사 일 외에 아빠나 할머니, 이모가 해줄 수 없는 세세한 부분들이 있거든요. 결국 시간을 아주 효율적으로 쪼개서 써야 해요.” 한국 최초의 여성 외국계 투자은행 지점장인 도이치은행 박현남 대표의 말이다.

1993년에 금융계에 첫 발을 딛고, 1999년 한국 금융사 중 역동의 시기에 도이치은행에 합류한 박대표는 작년 9월 지점장 취임과 함께 모든 대한민국 워킹맘들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수퍼맘, 직장의 신, 한국인의 성공 신화. 이 모든 타이틀을 가진 박 대표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 보면 전쟁만큼 치열하다.


연차가 늘수록 줄어드는 금융계 여성 인구

“금융계 20대 직원들을 보면 태반이 여직원이예요. 그런데 그 수가 해마다 줄어서 40대 중엔 20% 미만, 50대로 가면 거의 5% 미만으로 줄어들어요. 결국 출산과 육아가 문제인거죠.”

슬하에 초등학교 5학년 딸을 둔 박대표는 수퍼맘이 되는 비결로 “조력자 확보”, “신속한 선택과 집중”을 꼽았다.

일에 집중할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려면, 어머님, 이모님 등 믿을만한 조력자의 도움을 “확실히” 받아야 하고, 또 “포기할 것은 빨리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완벽하게 하려면 우선 본인부터 힘들고, 또 주위 분들도 너무나 힘들어요.” 조근조근 말하는 박대표의 눈에서 “대한민국 엄마”의 두터운 내공이 엿보였다.

박대표의 경우, 이 두 가지에 외국계 회사인 도이치은행의 배려가 더해져,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박대표가 재직중인 도이치은행 서울 지점은 직원 200 여명 중 70%가 여성이다. 특히, 영업관련 부서 몇 개를 제외한 모든 데스크의 리더들은 모두 여성으로, 제 2, 3의 박대표를 꿈꾸는 여성 인재들이다.

“도이치 서울의 강점은 인재입니다. 그분들 덕분에 클라이언트들이 원하는 베스트 솔루션, 컨텐츠를 제공해올 수 있었죠.”

금융업계에만 22년간 종사한 베테랑의 눈으로 본 다수의 은행 여직원들은 투자, 리서치, 리스크관리뿐만 아니라 영업 및 트레이딩 부문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한국사회가 지금 많이 변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과거에는 영업분야가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었지만 지금은 여성들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영역이 많이 확장됐어요.” 


직장여성끼리의 경쟁, 더 치열한가?

박대표는 통상 여성의 장점으로 “섬세함, 분석력, 집중력”을 꼽았다. 그래서 이 세가지가 반드시 요구되는 금융계는 박대표가 꼽은 “여성에게 좋은 직장”이다.

그런데 이토록 여자들에게 좋은, 그래서 여자들이 많이 입사하는 직장이라면 더욱 철통 같은 “처세술”이 필요한 건 아닐까? “여자끼리의 경쟁이 더 치열하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러나 박 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여자들끼리 경쟁 못지않게 남자들의 경쟁도 굉장히 치열해요. 제가 볼 땐 남자라서, 여자라서 경쟁이 치열하다기 보다는 이미 과거에 남자분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높은 자리에 여자가 뒤늦게 뚫고 올라가기가 너무나 힘든 것 같아요.”

현재 남녀 직원들이 동성의 직원들을 보는 시각에도 차이가 있다는 것도 박대표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다.

“남성분들은 지연, 학연, 특히 고등학교에 심하면 중학교까지 추적해 타이트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조언을 아낌없이 주는데, 여자들은 그런 게 별로 없어요. 일단 그런 도움을 줄 여성분들이 아직 위에 많이 포진해 있지 않잖아요.”

게다가 아이를 둔 여직원들은 퇴근 후 동료,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관계를 돈독히 할시간도 상대적으로 적다.

결국 여자들끼리 서로 도와주기 전 내미는 첫번째 잣대는 업무 능력과 성과인 셈이다.

그렇다면 여성들이 직장 업무에서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직장의 신 박대표. 그 비결은?

박대표가 지점장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완성한 여성 리더십의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자신이 맡은 업무를 잘 해내는 것은 기본이고, 그 외 영역에서 회사에 기여하고, 성공적인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는 franchise라고 불러요. 자기 일 외의 영역에서 도이치은행의 가치를 향상시키던가, 비즈니스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는 거죠. 또 회사 동료나 선후배, 회사, 나아가서는 당국 등 다방면에 걸쳐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해요.”

이 세 가지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 바로 “유연성(flexibility)”라고 박대표는 말했다. “여성 리더십”하면 따라붙는 수식어가 “감성적”이지만, 박대표의 리더십과는 맥락이 다르다.

“보통 (여성 리더십) 감성적 리더십을 얘기하는데, 저는 감성적인 타입은 아니예요. 트레이딩 데스크에서 오래 일했지만, 큰소리를 내거나 직원들에게 강요한 적은 없었어요.”

박대표의 여성 리더십은 이른바, ‘가랑비에 옷 젖는다’라는 속담에 가깝다. “보통 회사가 원하는 바와 제가 추구하는 바가 일치하면 자신감과 추진력이 생겨요. 다만 일을 추진할 때는 서서히 변화하도록 해요. 3개월, 6개월차에 바로 바로 나타나진 않지만, 1년째엔 큰 변화를 느끼도록 하는거죠.”

또 박대표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말처럼, 남성과 여성의 사고방식에 다른 점이 있어 이를 염두에 두고 일하면 업무상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여성 리더십을 갖춘 박대표가 활약할 국내외 금융시장 환경을 어떨까. 


세계 금융 위기 속, 떠오르는 여성 리더십

현재 국내 운영중인 외국계 은행들은 2011년을 기점으로 수익이 급격히 위축된 상황으로,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등 굵직한 외국계 금융사들이 한국 비즈니스를 많이 축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이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2,30년 동안 외국은행들이 돈을 많이 벌 수 있었던 건 첫째로, 외국계 은행들의 달러 경쟁력이었다. 한국 경제가 특히 달러 의존율이 높았고, 상시적으로 달러화를 필요로 했던 것이다. 

“외은들은 자기 본점에서 달러를 싸게 빌려와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었죠. 환거래든, 구조화 상품, 재정 거래, 채권 거래를 모두 포함해서요. 그 과정에서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었습니다.”

또한 글로벌 트랜젝션 뱅킹 부서의 무역금융 사업 쪽에서 한국계 회사에 달러를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 큰 마진을 확보했다.

“그런데 2011년에서 2013년 사이를 보면, 한국 내 달러 프리미엄이 급격하게 낮아졌어요. 금융위기 때는 한국 내 한 달짜리 달러 가격이 라이버 마켓에서의 달러 가격 대비 1100bp까지 치솟었는데 말이죠.”

IMF 외환위기와 미국 모기지 금융사태, 2번의 큰 금융 위기를 넘긴 한국 정부는 금융 시장의 안정을 일순위로 두고 정책을 폈다.

“2009년, 2010년 정도 됐을 때 한국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시장 변동성이 엄청나게 축소되고, 이자율이나 환율 변동도 마찬가지로 변동성이 급격히 잦아들었어요.”

이 같은 시장의 변동성 축소와 함께, 바젤III, 도드 프랭크 법, EMIR 등 강화된 글로벌 금융규제도 외국은행들의 사업 환경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규제에 의해 투자 가능한 한도가 줄어들자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것이 외국계 투자은행들이다. 


"도이치은행 서울지점장으로서 한국 금융시장에 이바지 할 것"

이러한 급격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화를 딛고 도이치은행 서울지점을 한국 넘버원 지점으로 만드는 것이 슈퍼맘 박대표의 최종 목표다.

박대표는 “한국은 유동성이 좋고 투명성이 높아서 독일 본점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장”이라며 재직 기간동안 도이치은행의 6대 기업가치 – 도덕성, 지속가능한 성과, 고객중심 마인드, 혁신, 질서와 팀워크 – 를 도이치 서울지점의 기업문화로 자리잡도록 노력하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Integrity (도덕성)은 제가 가장 좋아하고, 저희 직원들에게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말이예요. 함께 힘을 합쳐 한국 금융시장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코리아헤럴드 정주원 기자)


 

<관련 영문 기사>

‘Work efficiency, time management key for female business leaders’


Park Hyun-nam, the first female branch head of a foreign investment bank in Korea, does not believe women should be confined to “gentle leadership.”

In an interview with The Korea Herald, Park said she was given the job based on her superior work efficiency and also time management skills ― both essential for her as she juggles the multiple roles of a parent and businesswoman.

Park took on the job as the co-branch manager of Deutsche Bank Korea in September 2013.

She’s the first woman to fill the role as well as the first Korean to be internally promoted to a branch manager.

Park’s career in finance began in 1993 at the Seoul unit of French-based BNP Paribas, prior to joining Deutsche Bank in 1999 in the aftermath of the Asian financial crisis.

“More than 50 percent of the workforce at most banks are women in their 20s. In comparison, only about 20 percent of women in their 40s remain working there, with the number shrinking to less than 5 percent for women in their 50s,” Park noted, stressing that the glass ceiling is still thick.

Currently, around two-thirds of Deutsche Bank Korea employees are women.

To have a lasting career, the manager advised women to enlist nothing less than unconditional support from their families and the company.

Even with such support from her daughter, Park said, parenthood is still full of challenges such as the frequent visits requested by schools, assignments and, last but not least, preparing for her child’s adolescence.

Back in the office, Park has to guide 200 employees, and her job includes demonstrating her leadership to help the bank make more profit. Facilitating communication between employees and also with the country’s top financial regulators is just another part of the job.

“Before taking the post, success and failure were all exclusively private, but now I feel a bigger responsibility, especially in terms of female leadership,” Park said, adding that becoming the first non-Korean to fill the post piled on more pressure.

She did predict that the glass ceiling for women in the financial sector would gradually dissipate over the next 10 years, as she is already finding many women outperforming their male colleagues in trading, sales, risk management and analysis.

When asked if the promotion war is more brutal between women, she denied it, saying, “They are both just as competitive.”

Rather, she said it was more difficult for women to squeeze into a realm already preoccupied with men.

Men are often associated with their school ties ― which stretch to college, high school and even middle school ― in forming their business networks, whereas women, without many female mentors at the top are mostly judged on their specific achievements, Park suggested.

All this aside, the foremost challenge is that Park came to command in a difficult time for the foreign banks, because of the very tight margin resulting from the ample U.S. dollar liquidity in Korea.

Further, the toughened global regulatory environment, as reflected in Basel III, the EMIR and the Dodd Frank Act, and the falling market volatility in the financial market added to her responsibility as a branch manager.

To counter such challenges, Park is betting big on Deutsche Bank’s reform efforts based on the six values of integrity training, sustainable performance, client centricity, innovation, discipline and partnership.

By Chung Joo-won (joowon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