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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체 우려에도 예상밖 선방...연준, 감속 기대감 커졌다
작년 4분기 2.9% 성장, 전망치 상회
연준 물가지표 PCE 7→3%대로 내려
2월 FOMC서 베이비스텝 확실시
빠른 개인소비 약화등 위험요인 주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버지니아 스프링필드에서 경제정책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뒤로는 ‘좋은 일자리, 더 낮은 생활비, 더 나은 임금’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공화당의 정책을 ‘부자감세’로 규정하고, 공화당 하원의 입법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AFP]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탄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도 지난해 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9% 성장했다.

극심한 경기침체는 피하면서 인플레이션은 잡는 최상의 시나리오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속을 들여다보면 곳곳에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26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9%(속보치)라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시장 기대치(2.6%)를 뛰어넘는 것이다.

경기침체 우려에도 3분기(3.2%)에 이어 4분기까지 경제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미국의 2022년 연간 경제성장률은 2.1%을 기록하게 됐다.

같은 날 발표된 4분기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3.2% 상승해 물가가 누그러지는 흐름을 확인했다. PCE는 1분기와 2분기 각각 7.5%와 7.3%까지 치솟았지만 3분기 4.3%로 떨어진 뒤 마침내 3%대까지 내려왔다. PCE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 결정시 가장 핵심적으로 보는 물가 지표다. 고용지표도 힘을 보탰다. 지난주 미국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8만6000건으로 직전 19만2000건보다 줄었으며 시장 예상치(20만5000건)를 하회했다.

이들 지표를 종합하면 미국 경제는 대량 해고 없이 견조한 가운데 물가 압력은 낮아지는 최상의 상태로 해석된다. 경기침체 위험을 안더라도 물가는 잡겠다는 연준이 그토록 바라던 시나리오다.

블룸버그통신은 “2022년 빠르게 금리를 올린 연준에 이번 지표들은 대량 해고를 부르진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은 낮추는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날 CNN과 인터뷰에서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연착륙”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으며, 노동시장은 점진적으로 식겠지만 고용한파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경제에 대한 하치우스의 자신감이 하루 만에 데이터로 입증된 셈이다.

윌밍턴트러스트의 루크 틸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일자리 증가가 계속 강하게 지속되고 서비스 소비 지출이 이어지는 동시에 기업들이 자본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연착륙 기대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장은 쉽사리 꺾이지 않은 미국 경기에 환호하는 동시에 2월 1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속도조절을 기대하며 일제히 올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10% 오르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76% 상승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기대는 거의 100%에 가깝다.

하지만 속을 뜯어보면 마냥 낙관적일 순 없다. 일단 이번 GDP 성장에는 재고증가 기여도가 컸다. 공급망 차질이 완화되면서 기업들이 예상보다 재고를 더 늘린 덕분이다.

하지만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재고증가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건자재 재고 증가가 두드러졌다. 이는 주택경기 침체로 건자재가 팔리지 않아 재고로 쌓였을 수 있단 의미다.

무역수지 적자 폭이 축소된 것도 GDP성장률 상승에 보탬이 됐지만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감소한 때문이란 점에서 긍정적이진 않다. 블룸버그는 무역과 재고 변동 등 변동성이 큰 구성 요소를 제거하면 4분기 경제를 마냥 좋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관심은 미 경제활동의 68%를 차지하는 개인소비다. 이번 발표에서 개인 소비지출은 2.1% 증가해 전분기(2.3%)보다는 증가세가 다소 낮아졌다. 시장 전망치(2.9%)보다도 낮다.

연준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이 소비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시차를 두고 올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개인소비가 더 빠르게 약화될 수 있다는 신호다.

블룸버그는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봉쇄 기간 저축해둔 돈과 정부 보조금으로 지출을 유지했다”며 “일반적으로 높아진 차입 비용은 몇 달 걸려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연준의 금리 인상은 올해 가계 씀씀이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주거용 투자가 -26.7%를 기록, 2021년 2분기 이후 7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는 등 주택경기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소비 둔화까지 맞물리면 경기 침체의 골은 훨씬 깊어질 수밖에 없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앤드류 헌터 이코노미스트는 CNBC방송에 “혼재된 GDP성장률은 실망스러웠다”며 “금리 급등에 따른 영향이 올해 상반기 나타나면서 경제를 완만한 경기침체로 몰아 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우영 기자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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