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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높은 문화의 힘’이 계속 유지되려면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백범 김구 선생이 지난 1947년에 쓴 자서전 ‘나의 소원’에는 당시 그가 바랐던 우리나라의 모습과 철학, 사상 등이 담겨 있다. 백범 선생은 해방될 우리나라가 부유한 나라보다는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가 되기를 기대했다. ‘문화강국’이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쓰진 않았지만 그가 바랐던 해방 조국의 모습은 문화의 힘으로 세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그런 나라였던 듯하다.

백범 선생의 바람은 10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일부 실현이 된 듯하다. BTS, 블랙핑크 등 K-팝 스타들을 필두로 K-컬처 열풍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어서다. 빌보드나 오리콘 등 해외 유명 음악차트에서 국내 가수들 이름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고 아카데미, 칸, 베니스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선 해마다 국내 감독 및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밟는다. 심지어 지구촌 어디에서든 리모컨만 들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국내 드라마나 예능을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두 달여 전 필자가 편집국 문화부장으로 발령받았을 때 문화계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런 시기에 문화부장이 된 건 천운”이라는 말을 했다. 지금처럼 우리가 만든 작품이, 우리의 아티스트들이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을 때 언론인으로서 이 순간을 함께하게 된 건 다시 못 올 기회라는 뜻에서다. 콘텐츠 수출액이 우리나라 대표 수출품인 가전이나 2차전지 등을 넘어섰다는 정부의 최근 발표를 들을 때는 필자의 어깨가 으쓱해질 정도였다.

이러한 기념비적 성과에도 K-컬처가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질문에는 전문가마다 이견이 있다. 우리 문화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기본 토대가 여전히 약하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영화, 뮤지컬 등 대중문화산업에 잠재력 있는 인재를 공급하는 연극이나 공연업계는 돈이 돌지 않아 인재들이 진입을 꺼리고, 연예매니지먼트업계는 이승기 같은 S급 연예인도 일한 만큼 받지 못하는 후진적 정산 방식을 갖고 있다. 심지어 K-컬처의 핵심인 아이돌사업은 국내 출생률이 낮아져 아이돌을 할 인재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는 말까지 나돈다.

정부 지원도 아직 다수의 소액 지원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예술단체당 지원액 규모가 작다. “연극 바닥에는 ‘5000만원짜리 작품’밖에 없다”는 비아냥은 아직도 작품당 지원액이 최대 5000만원밖에 안 된다는 예술인들의 푸념과 다름없다. 그나마 방송영상콘텐츠산업 육성 차원에서 OTT콘텐츠의 작품당 지원단가가 30억원으로 상향됐지만 최근 OTT 대작의 제작비가 200억원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지원 규모가 턱없이 모자라다.

‘서투른 목수가 연장 탓한다’는 말처럼 불안한 K-컬처의 미래를 시스템 탓, 적은 지원 탓으로 돌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뿌리가 튼튼해야 건강한 나무를 기대할 수 있듯이 우리 문화산업도 기초가 단단해야 후사를 도모할 수 있다. 백범 선생의 말처럼 ‘높은 문화의 힘’을 유지하려면 지금처럼 잘되고 흥할 때 기본을 재정비해야 한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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