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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 물폭탄에 휴스턴 도심 전체 마비…모레가 최대 고비

이미 760㎜ 폭우, 이번 주 600㎜ 더 예상…연간 강수량 육박

미국을 강타한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가 현지 시간으로 주말을 지나면서 위력이 다소 줄어들었지만 미국 텍사스주를 중심으로 폭우가 계속돼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카테고리 4등급이었던 하비가 열대폭풍으로 약화돼 텍사스 부근에 정체하고 있어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미 역사상 역대급 강우량인 760㎜의 비가 내리면서 이미 텍사스 휴스턴 일부 지역은 물에 잠긴 가운데 이번 주 600㎜의 비가 더 내릴 전망이어서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라고 AP, AFP 통신 등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 년에 걸쳐 내릴 비가 불과 일주일새 다 내리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 거대한 호수가 된 도시…도로 등 기반시설 '마비'

지난 주말께부터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텍사스 주 휴스턴.

월요일 아침인 28일 오전, 미국에서 네번째로 큰 대도시인 휴스턴 일대는 주요 도로, 차량, 다리, 건물 등이 대부분 물에 잠겨 마치 작은 섬들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는 바다를 보는 것 같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무릎에서 깊게는 성인 가슴까지 닿았던 물이 계속 불어나면서 28일 현재 일부 지역에서는 단층 주택의 경우 지붕만이 겨우 모습이 보일 정도로 물이 차올랐다.

침수 상태가 이처럼 심각하지 않은 곳도 계속되는 폭우에 기반시설이 모두 마비됐다.

주요 도로 가운데 이번 침수 피해를 비껴간 곳은 단 한 곳도 없으며 대부분의 교통신호는 폭우에 쓰러지거나 정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월요일이면 문을 열어야 할 매장들은 모두 굳게 잠겼고, 한주가 시작됐지만 기업들이 모여있는 업무지구에서도 출근 행렬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눈에 띄는 인적도 무릎에서 가슴까지 차오른 물을 헤치며 지나다니고 있다.

도시 전체가 제 기능을 잃은 가운데 구조대원들만 인명 구조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구조대원도 몰려드는 구조요청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비가 상륙한 이후 휴스턴 911시스템으로 걸려온 구조요청 전화는 7만5천건에 이르며 이 중 27일 밤 이후 걸려온 전화만 2만건이다.

이에 주민들은 삼삼오오 봉사단을 조직해 힘을 보탰다.

전날부터 구조활동을 시작했다는 크리스 손 씨는 친구와 짝을 이뤄 낚시용 보트를 갖고 댈러스 일대에서 고립된 피해자들을 구조 중이라고 밝혔다.

손은 "구조에 필요한 보트와 장비가 있는데 집에서 TV만 보며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휴스턴 사태를 지켜보는 미국민들도 2005년 1천200명의 사망자를 낸 카트리나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카트리나 참사 생존자인 레이 그라시아는 "휴스턴에서 지금 이 일을 겪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너무 많은 감정이 밀려든다"고 말했다.

◇물 폭탄 이번 주도 계속…30일께 최대 고비

비 피해는 오는 30일(현지시간)께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28일 오전 현재 텍사스 휴스턴 남서쪽 148㎞ 지점에 머무는 하비는 적어도 30일까지 주변에 머물며 앞으로도 엄청난 양의 폭우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 기상 당국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는 이미 760㎜의 비가 내렸으며, 다음 달 1일까지 380~63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게 되면 하비가 뿌린 강수량은 이번 주말까지 약 1천270㎜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이는 연간 강수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댐 2곳이 방류까지 시작했다.

휴스턴에서 서쪽으로 27㎞ 지점에 있는 애딕스와 바커 댐이 이날 오전 제한수위를 넘김에 따라 방류에 들어간 것이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지만 방류된 물은 휴스턴 시내를 지나는 버팔러 베이유(Buffalo Bayou) 강으로 흘러들어가 피해를 키우고 있다.

건설 노동자로서 구조활동을 지원해온 조스 렌젤은 수재민들은 "모든 것을 잃었다. 비는 계속 오는데 물이 갈 데가 없다"면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주에 인접한 루이지애나 주에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 사망자 10명으로 늘고 수재민 45만 명 예상…구조에 전력

미 재난 당국은 군과 함께 일단 인명 구조 활동에 전력하고 있다.

폭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당장은 구조활동과 함께 추가 인명 피해를 막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휴스턴을 중심으로 이미 3만여 명이 거주지를 버리고 대피했다고 밝혔으며 연방 정부 지원이 필요한 수재민도 최소 45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상자 수도 계속 늘고 있다.

28일 7명의 추가 사망자가 확인되면서 지금까지 총 1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식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일가족 6명이 밴을 타고 가다가 물에 휩쓸려 모두 숨졌다는 지역 언론 보도도 나왔다.

가옥, 도로를 비롯한 사회 인프라 시설 등도 모두 물에 잠겼다. 최소 26만 명 이상이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다만 폐쇄됐던 텍사스주 코퍼스크리스티 국제공항은 이날 상업 항공 운항을 재개했다. 휴스턴의 조지 부시 국제공항과 하비 공항은 여전히 폐쇄된 상황이다.

5천 500명가량의 이재민이 이미 임시보호소로 대피해 자원봉사자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을 수용하고 있는 조지 브라운 컨벤션 센터에는 하룻밤 사이에 1천 명 이상이 증가했다.

휴스턴 경찰은 6천 건의 구조요청을 받아 2천 명가량을 구조했으며, 구조요청 가운데 185건은 긴급한 구조가 필요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텍사스주는 이미 투입된 3천 명을 포함해 총 1만2천 명 규모의 주 방위군을 전원 투입하기로 했으며, 향후 만약에 발생할지 모를 약탈 등의 상황에 대비해 다른 주에서 경찰력도 지원받기로 했다.

텍사스주의 다른 도시인 댈러스와 샌안토니오도 각각 5천명, 4천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임시 보호소를 열거나 준비 중이다.

윌리엄 브록 롱 FEMA 청장은 "복구에 몇 달이 아니라 몇 년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복구에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내일 텍사스 방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텍사스주를 방문한다.

미국 언론들은 하비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첫 자연재난이라면서 그동안 혼란스럽고 내부 권력투쟁으로 점철됐던 백악관에 중대한 시험대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주말을 보내며 각료들과 전화 회의를 열어 하비 피해대책을 논의했으며, 트위터를 통해 "매우 잘하고 있다"면서 브록 롱 FEMA 청장을 치켜세웠으며 모든 정부기관 간 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긴급한 손길이 필요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이 텍사스에서의 구조·구호활동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의문이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번 피해로 50만 명이 지원을 필요로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텍사스를 포함해 모든 피해 지역을 재건하는데 정부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희생자가 발생한 데 대해 슬프게 생각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해서 이번 사태에 관여하고 있고, 텍사스를 방문하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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