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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낡은 경쟁패러다임 깨는 교육혁명가 될 것”

By 박세환

Published : Aug. 4, 2017 -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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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헤럴드 인터뷰] 조희연 교육감 일문일답
“지나친 점수 경쟁과 사교육 압박을 탈피하기 위해 일괄 절대평가가 바람직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21학년도 수능부터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수능 절대평가에 대해 “부분적으로 시행할 경우 학생들이 상대평가 과목에만 집중하는 등 우려가 있는 만큼 일괄 시행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최근 코리아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국영수 중심의 획일적 교육은 인공지능 시대에 맞지 않다”며 “중고교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자사고•외고 폐지로 고교 하향 평준화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일반고의 교육과정 편성·운영에 대한 자율권을 확대하고 고교 교육과정 트랙을 다양화 하도록 적극 지원하는 등 모든 일반고를 지금의 외고·자사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달 취임한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교육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도교육청과의 소통과 협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코리아헤럴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코리아헤럴드 박현구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코리아헤럴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코리아헤럴드 박현구 기자)

다음은 조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관련 영어기사 보기 

―이제 취임 후 3년이 흘렀는데 그동안의 정책을 하나의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저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모두가 행복한 혁신미래교육’ 이라는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말 그대로 모두가 행복한 교육을 위해서는 과거의 낡은 교육을 부단히 변화시켜가는 미래지향적인 혁신교육이 실현되어야 한다는 의미. 또 소통, 방향, 균형이라는 세 가지 지침 잊지 않고 유초중등교육 불평등 해소와 수평적 다양화를 위해 최선 다했다.

―교육 기회 불평등의 원인이 어디에 있나
▶우리 사회는 1960년대 이후 추격산업화에 매진하여 경제를 세계가 부러워하는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직업, 소득, 계층, 고용 등 모든 측면에서 수직서열화의 사회로 변모되어 왔다. 이 원리가 점차 사회적 삶의 영역에서도 퍼져나가 교육으로까지 확대된 것. 이 상황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은 출혈 경쟁에 내몰리고 경제적으로 유리한 환경에 처한 학생이 서열의 정점에 있는 고교와 대학 진학이라고 하는 교육 자원을 독식하게 되는 양상이 전개됐다.

(사진=코리아헤럴드 박현구 기자) (사진=코리아헤럴드 박현구 기자)

―북유럽식 교육환경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한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국영수 중심의 획일적 교육은 인공지능 시대에 맞지 않다. 북유럽식 교육환경은 중고교교육과정의 다양화를 인정해주는 것인데 그 맥락에서 오디세이 학교가 있는거다. 다양화 교육도 다양화된 인생 경로를 인정해주고 사회경제적 차별을 없애야 하는데 이를 위해 서울형혁신교육지구 운영, 어려운 학생이 많은 학교를 지원 위한 학교평등예산제, 서울국제고 사회통합전형 50%까지 단계적 확대, 수학여행 및 수련활동비 실비 전액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학부모들에게 조기유학 장소로 북유럽을 추천하실 것인지
▶(웃음) 대략 두 교육 모델이 있는데 하나는 미국형 사회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북유럽형 모델이다. 저는 북유럽형 모델을 선호한다. 미국식 신자유모델보다는 유럽의 사회복지 국가에서의 교육 분야 원리를 우리도 배워왔으면 하는.

―‘교육 혁신가’, ‘교육 혁명가’ 이미지에 대해선
▶교육 혁명이라고 한다면 혁신의 절박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인데 어떤 의미에서 지금 시대가 ‘교육 혁명’을 요구하고 있다. 낡은 방식의 경쟁패러다임을 넘어야 한다. 경쟁을 아예 없앨 수는 없지만 조금 더 인간다운 교육 경쟁 모델로 전환하는 교육혁명가가 필요하다고 본다. 협력과 평등의 교육. 북유럽도 그렇다고 이해하고 있다. 협력이 미덕이 되는 교육. 아주 가파른 불평등을 대가로 해서 빈곤의 책찍으로 사회구성원을 열심히 일하도록 하는 사회보다는 평등의 미덕, 공동체적인 평등 사회 구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유독 자식 교육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데
▶불안감의 원인을 보자면 하나는 인문과 교양을 중시하는 유교문화적 전통이 강한데서 오는 문화적 배경이다. 두번째는 신자유주의적 경쟁사회에서 불평등이 심각하다 보니까 학부모들이 자식들 교육을 통한 계층적 경쟁에 내몰리는 것. 저는 수평적 다양화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변화해야 한다고 본다. 경쟁의 강도를 낮춰야 한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내 아이에게 구명조끼라도 채워서 보내고 싶은 마음으로 교육에 투자하는 것인데, 이 불안은 수직서열화 된 사회가 완화되면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국제학업성취도평가가 항상 상위권이다
▶이 시대에 낡은 교육 방식은 크게 두 가지인데 1등주의 교육과 암기식 지식교육이다. 지금같은 상황에선 앞으로 국제 사회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PISA의 높은 점수도 아이들을 아동학대라고 부를 수 있는 수준의 사교육 경쟁에 내몰고 공부 기계로 만든 결과다.

―자사고•외고 폐지를 공언하셨다. 폐지가 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자사고•외고 선발 시기, 방법, 교육과정 운영 등에 있어서 특혜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출발단계부터 성적 우수 학생들을 독과점하고 대학진학에 유리한 학교로 귀결되었다. 학부모들은 이들 특권적 학교에 보내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고, 이로 인해 소득격차가 다시 교육격차로 이어진다. 적어도 현 시점에서 원인 제거 차원에서라도 제도적 폐지가 필요하다. 고교체제 개편, 새로운 교육과정, 평가방식, 대입제도 등의 개선이 병행되면, 이제까지의 수직적 고교체제에서 고교들이 분리교육의 장이 아니라 통합적 교육의 장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

(사진=코리아헤럴드 박현구 기자) (사진=코리아헤럴드 박현구 기자)

―학력의 하향평준화 우려에 대해서는?
▶일반고의 교육과정 편성·운영에 대한 자율권을 확대하겠다. 고교학점제 등의 제도를 통해 고교 교육과정 트랙을 다양화 하도록 적극 지원하는 등 모든 일반고를 지금의 외고·자사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교육공약인 수능 절대평가 전환, 대입 단순화 추진이 본격화하고 있다. 어떤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보나
▶2018학년도 입학생이 치루는 2021학년도 수능은 지나친 점수 경쟁과 이 속에서 벌어지는 사교육 압박을 탈피하기 위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절대평가 전환이 바람직하며, 부분적으로 시행할 경우 학생들이 상대평가 과목에만 집중하는 등의 우려가 있는 만큼 일괄 시행이 바람직하다.

―남은 1년 동안 전력을 다해 추진할 정책은?
▶앞으로 1년은 무엇보다 ‘통합의 가치’를 위해 정책을 추진하겠다. 또한 성적 우열 등으로 소수가 다수를 분리하거나, 인종•문화•성 정체성 등으로 다수가 소수를 분리하는 등 통합을 저해하는 요소를 해소해 나가겠다.

코리아헤럴드=박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