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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빈트

[단독] 美법원 ETRI-화웨이 특허침해 소송 각하

By 송수현

Published : May 22, 2017 -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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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4년 전 화웨이를 상대로 미국에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이 난항을 겪고 있다.

22일 업계 주요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 남부지구 연방지방법원은 지난 4월 11일 한국의 미국특허 전문회사 SPH아메리카(이하 SPH)가 중국 최대 스마트폰 및 통신장비 제조사 화웨이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을 각하(Dismiss)했다.

SPH는 2006년 ETRI가 보유한 특허에 관한 모든 권리를 부여 받은 특허전문 회사다.

SPH는 2013년 화웨이와 삼성전자 뿐만이 아니라 미국의 4대 통신사 AT&T, 버라이즌(Verizon), 스프린트(Sprint), 티모바일(T-Mobile)을 상대로 ETRI가 보유한 미국 통신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앞서 2008년에는 노키아와 애플을 상대로 고소했다. 하지만 최근 화웨이 건을 포함한 모든 소송에서 각하 당하거나 합의(Settled)를 본 것으로 전해진다. AT&T 등 미국의 일부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업체들을 고소한 사건에서는 2015년 패소 판결이 내려졌다. 삼성전자와는 2014년 합의 및 소송 종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판결 요약문에 따르면 캐시 앤 벤시벤고(Cathy Ann Bencivengo) 캘리포니아 지방법원 판사는 SPH아메리카가 제기한 소송은 ETRI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특허 사냥(Hunting License)’이므로 진정한 의미의 특허 침해소송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또한 SPH와 ETRI간의 계약이 ‘문제가 있다(Problematic)’고 지적했다.

그는 “ETRI가 SPH 측에 상당 부분의 특허 소유권을 이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즉, SPH가 미국 특허소송전에서 ETRI를 대변할 수 있는 법적 지위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이같은 판결은 화웨이 측에서 2010년 논란이 되었던 ETRI와 SPH 간의 관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2006년 ETRI는 SPH 측에 이동통신 관련 표준 기술특허 대한 ‘전용 실시권’ 계약을 체결했다. 전용 실시권이란 관련 소송뿐 아니라 해당 특허의 사용 및 판매 등 제반 권리를 위임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ETRI가 특허 소송에 이겨도 수익의 일부만 챙기고, 향후 기술 사용허가 등 관련 특허권도 단독으로 행사할 수 없게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ETRI는 전용 실시권만 SPH가 행사할 수 있을 뿐 법정소송 소유권은 그대로 ETRI가 가지고 있으며, 특허소송과 관련한 모든 사항에 있어서 SPH는 ETRI와 협의를 하게 돼 있다고 반박했다.

ETRI와 SPH 간의 금전적 관계는 이번 판결문에서 밝혀졌다.

SPH가 진행하는 소송에 관련된 모든 비용은 SPH에서 부담하고 있으며 소송으로 인해 얻는 수익과 로열티의 50 - 70%를 ETRI에 지불하기로 되어 있다.

2007년 SPH가 ETRI에 약속한 최소 금액이 약 2억 6천 달러 정도로 추산되며 지난 해 약 8억 9천 달러까지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판결문에 따르면 “SPH가 약속한 금액의 로열티를 받아내지 못하게 될 경우 일부 특허 라이센스가 ETRI로 반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해진다.

ETRI 지식재산경영부 관계자는 최근 화웨이 건에 대해 SPH가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라고 밝혔다.

ETRI 관계자는 “본안에 대한 판결이 아닌 SPH의 자격 등 형식적인 문제에 대한 결정”이라며 “언제든 재소송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ETRI는 SPH 외에도 20여개 특허전문 회사와 특허 라이센싱 계약을 체결해 ETRI의 지식재산권 관련 소송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화웨이 건에 관련된 ETRI의 특허는 RE 40,385, RE 40,253, 5,960,029, 8,121,173, RE 44,507, RE 44,530, 8,565,346, 8,532,231, 7,443,906 등 대부분 스마트폰의 디지털 신호 전송 및 3세대 무선통신 관련 특허이다.

SPH아메리카는 2007년 설립된 한국의 최초 라이센스 전문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대형 로펌인 피시앤리처드슨에서 근무했던 박충수 미국 변호사(대표),백석찬 미국 변리사(부대표), 서울중앙지법 판사 출신 노소라 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등이 함께 만들었다. 돈을 주거나 수익 분배 약정 등을 통해 기업의 특허권을 넘겨받은 뒤 해당 특허에 대해 다른 기업들에서 로열티를 받거나 특허침해 손해배상을 받아 수익을 내는 ‘특허괴물(Patent Troll)’이다.

송수현 코리아헤럴드 기자 (s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