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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 vs. LINE 캐릭터 전쟁, 왜 우리는 열광하나?

By 석지현

Published : Jan. 18, 2016 -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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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캐릭터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선수들은 만화가도, 애니메이션 영화도 아니다. 무료 메시지, 전화, 화상채팅을 제공하던 앱 회사들이 시장을 잠식해 나가고 있다. 바로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프렌즈’와 네이버 ‘라인프렌즈’의 이야기다.

이들은 캐릭터 사업 초창기 업계의 예상을 보기 좋게 뛰어넘어 이젠 월평균 매출 10억을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 (연합)

◈오프라인 스토어의 확장

요즘 장안의 화제인 라인의 오프라인 행보는 캐릭터 산업에 대한 기대와 성과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지난 12월 기준, 라인 프렌즈가 운영하는 정규 캐릭터 매장은 5개국에 15곳으로, 그 중 9곳은 작년 하반기에 문을 열었다. 지난 2년여 간 중국, 일본, 홍콩, 대만 등 11개 국가에서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은 성과를 내면서 매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숫자로만 봐도 성장 속도와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보유 캐릭터 10개, 400개 종의 5천여 가지 상품, 작년 연간 누적 방문객 2천여만 명, 일 평균 방문객 6천여 명, 매장당 하루 평균 300여 명으로 메인 스토어만 연간 매출이 백 억원대를 넘어선다.

중국인 및 일본인 관광객들의 필수 여행 코스가 되어버린 명동 영플라자점의 경우 월평균 1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고 제품이 없어서 못 파는 정도의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다음카카오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프렌즈는 총 7개의 캐릭터로 1천여 가지의 상품을 선보이며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을 중심으로 국내에만 15개 매장을 오픈 했다. 그 중 가장 최근에 개점한 롯데월드몰 점에는 카페까지 함께 열어 과연 어디까지 영토확장을 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블룸버그) (블룸버그)

◈메신저 기반의 자산

두 회사는 지난해 메신저 캐릭터 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떼어냈지만, 결코 이들의 캐릭터 산업은 메신저 사업과 따로 놓고 볼 수 없다.

라인의 경우, 사용자들이 주고받는 메시지가 일 평균 170억 건에 육박하고 그 중 이모티콘 사용 수는 전체 메시지 중 약 15%를 차지한다.

이는 곧 23억 1200만의 월간 액티브 사용자 수에서 캐릭터 상품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만 해도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예측하게끔 한다.

하지만, 두 회사의 경쟁구도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이들의 ‘포지셔닝’이다.

카카오톡은 스마트폰 사용자의 97%에 육박하는 가입자 수 4,800만 명을 보유하며 명실상부 국내 메신저 앱 1인자의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왔다.

이는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나의 코너의 배경이 되고 직장 동료 및 가족들과 연락, 온라인 결제, 퇴근길 택시 잡기 등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라인은 현재 230개국에 진출해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를 주요 시장으로 아시아 메신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인사말이 되어버린 ‘카톡할게’가 외국에서는 ‘라인할게’인 셈이다.
라인프렌즈와 몰스킨 & 라미 콜라보레이션 제품 (라인프렌즈) 라인프렌즈와 몰스킨 & 라미 콜라보레이션 제품 (라인프렌즈)

◈유통 업계 넘보는 콜라보레이션

카카오와 라인 캐릭터들은 먹을거리와 생필품, 패션잡화 업체들과 손을 잡고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캐릭터 산업은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로 확장성에 있어서 아주 유리하다는 점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콘텐츠 판매가 가능한 것이다.

카카오는 삼립식품과 제휴해 샤니 카카오프렌즈빵 4종을 출시했고 던킨도너츠와 캐릭터 음료 및 케이크를 시도했으며 엘지생활건강과 함께 캐릭터로 꾸며진 페리오 치약을 론칭한 바 있다.

이에 질세라 라인도 미샤와 쿠션팩트, 립스틱 등을 내놓아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CU 편의점과 협업해 식음료 제품들을 론칭했으며 만년필 브랜드 라미(LAMY)의 85년 역사상 최초의 콜라보 파트너가 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심지어 오는 8월에는 태국에 ‘라인프렌즈 테마파크’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는 왜 열광할까?

이러한 배경에는 키덜트족의 증가와 캐릭터를 앞세운 마케팅이 활발해져 남녀노소 귀여운 캐릭터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진 것이 한 몫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캐릭터 시장 규모는 2009년 5조 3,582억 원에서 2013년 8조 3,068억 원으로 약 70%나 성장했다.

일각에선 아시아 지역의 시장 규모가 이미 200억 달러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10조 원에 육박하리라 예측하는 만큼, 높은 잠재력과 성장성이 기대되고 있다.

다양한 리서치 기관이 이런 현상과 관련해 분석을 내놓은 가운데 닐슨코리아는 “평소 사람들이 스마트폰 앱 안에서만 보던 귀여운 캐릭터들을 다양한 매개체를 통해 직접 접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재미있게 생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지하철 만화에서 보던 라바(Lava)나 뽀로로처럼 유명 만화에서 상품으로 이어지는 공식이 아닌 모바일 앱이 출발점인 것이 소비자들에게 새롭게 다가간 것이다.

또한, 유통업계의 콜라보 열풍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업계 입장에서는 매일 새로운 트렌드와 제품이 등장했다 잊혀지는 시대에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는 방법으로 콜라보 마케팅을 택하는 반면, 소비자들은 품질이 검증된 제품에 같은 돈으로 이왕이면 귀여운 캐릭터의 옷을 입은 제품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많은 유니클로, H&M 등 많은 브랜드들이 콜라보 전략을 통해 큰 매출 성장을 보여왔다”며 “그냥 세일한다고 홍보하는 것보다 스타워즈나 헬로키티 등의 캐릭터를 앞세운 마케팅을 하는 게 한번 쳐다볼 사람도 두번 쳐다보게 만들지 않겠냐”고 덧붙혔다.


(코리아헤럴드 석지현 기자= monica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