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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하폭 10~100원 들쭉날쭉...경쟁업소 눈치보며 ’버티기’
“재고 소진전까진 힘들다”

“본사서 연락받은 것 없다”

경기 등 지방주유소는 동결


시민들 인하수준 만족못해

택시·화물차 기사들도 불만

“LPG 제외 형평성 문제”


기름값 인하 첫날인 7일 시중 주유소들은 대체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인하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당초 ℓ당 100원을 인하하겠다는 정유사들의 약속과 달리 주유소마다 인하폭이 제각각이었다. 정유사가 직접 운영하는 주유소의 경우 대부분 ℓ당 100원을 인하했지만 자영 주유소는 10~90원으로 인하폭이 들쭉날쭉했다.

일부 주유소에서는 본사의 가격 인하정책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내리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또 기름값을 내리는 대신 특정 카드를 쓸 때 ℓ당 100원씩 캐시백으로 돌려주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

▶기름값 인하폭 들쭉날쭉=정유사들이 지난 10월 이후 179일 만에 처음으로 기름값을 ℓ당 100원씩 시원하게 내리기로 했지만, 실제 소비자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온도차가 있었다. 헤럴드경제가 서울ㆍ경기지역 주유소들을 점검한 결과 인하폭은 10원에서 100원까지 각각 달랐다.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 주유소의 경우 대체로 ℓ당 100원씩 내리고 있었다. 서울 종로구 안국역 부근에 있는 현대 오일뱅크 D주유소의 경우 지난 6일까지 휘발유가 ℓ당 2144원이었지만 이날부터 2044원으로 100원 내렸다.

반면 자영 주유소인 서울 서초역 사거리 SK S주유소의 경우 2096원에서 2078원으로 18원 내리는 데 그쳤고, 서울 사당역 인근 에스오일 D주유소는 ℓ당 1946원에서 1885원으로 61원 인하해 내림폭이 적었다.

기름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한진 직영 에스오일 Y주유소는 직영 주유소인데도 불구하고 휘발유는 ℓ당 1989원에서 1899원으로 90원 내렸고, 경유는 1870원에서 1765원으로 105원 인하했다.

Y주유소 관계자는 “본사에서 가격을 자정부터 내리라고 해서 보관 유류분에 대해 가격이 다소 조정이 됐다”며 “하지만 오후에 새로 기름을 받을 예정이기 때문에 가격이 다시 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주유소는 아직도 눈치보며 ‘동결’=정유사들의 가격 인하 방침에도 불구하고 일부 주유소는 섣불리 가격 인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기름값이 대체로 주변 주유소의 시세에 맞춰지기 때문에 경쟁 주유소가 기름값을 내리기 전에 먼저 인하하기 힘든 업계 분위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주유소들은 ‘재고가 소진되기 전까지 가격 인하가 힘들다’ ‘본사로부터 구체적인 가격 인하 지침을 받지 않았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가격 인하에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서울 당산에 위치한 당산 현대오일뱅크 B주유소는 이날 아침까지 휘발유 가격을 ℓ당 2035원으로 유지했다. 본사에서 100원씩 내리라는 지침이 왔지만 일괄 인하인지, 카드 사용자에 대해 청구할인을 하는 건지 구체적인 할인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 구로동에 위치한 에스오일 D주유소와 연희동에 있는 SK Y주유소도 각각 2099원과 2114원으로 전날과 같은 가격을 유지했다.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영업이 자유로운 지방 주유소들도 인하된 가격을 반영하지 않았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 F주유소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휘발유를 ℓ당 2156원에 판매했다.

경기도 소재 한 주유소 관계자는 “아직 본사에서 연락을 받은 것이 없다. 어떻게 가격을 내릴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민들 “기름값 인하 환영하지만…”=이번 기름값 인하에 대해 시민들은 대체로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물가 상승으로 생활이 갈수록 팍팍해지는데 기름값이 다소 내리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인하된 가격 수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만족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회사원 박유호(56) 씨는 “정유사가 기름값을 100원씩 내린다는 소식에 반가웠다”면서도 “가격 인하 결정이 실제 소비자가격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류 가격이 수입과 직결된 택시, 화물차 운전기사들의 불만도 여전하다. 이들이 사용하는 LPG 가격은 이번 인하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이 난방용으로 주로 사용하는 등유 가격도 지난 2월 한 차례 인하했다는 이유로 가격이 그대로 유지됐다.

택시 기사 김종구(64) 씨는 “영업용 택시는 전부 LPG차량인데, 시에서 기본요금 조정도 못하게 묶어두고는 이번 가격 인하 대상에서도 제외했다”며 “정부의 유가 인하 정책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건팀/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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