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하이브 CEO [하이브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회사 탈취 기도가 명확히 드러났다.”

국내 1위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설립 이래 초유의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경영권 탈취 의혹’과 ‘베끼기 의혹’으로 맞붙은 하이브와 어도어 측이 엇갈린 입장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박지원 하이브 CEO가 어도어의 최근 행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박지원 CEO는 23일 하이브 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메일을 통해 “회사 탈취 기도를 확인하고 바로잡고자 감사를 시작했다”며 “이번 감사를 통해 더 규명될 경우 회사는 책임있는 주체들에게 명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하이브는 전날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 시도’를 이유로 민희진 대표 등에 대한 감사에 전격 착수했다.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어도어 경영진의 전산 자산 등을 확보, 분석한 뒤 이를 토대로 필요시 법적 조치를 구상하고 있다. 다만 민희진 대표는 감사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표는 “현재 책임있는 주체들은 회사의 정당한 감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거나 답변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거나 근거없는 주장일 뿐이다”고 강조했다.

하이브의 감사 착수 이후 민 대표는 자신이 하이브 산하 후발 걸그룹 아일릿의 ‘뉴진스 베끼기’를 문제 삼자, 해임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CEO의 메시지를 종합하면 하이브에선 민 대표와 어도어 간부의 ‘경영권 탈취 시도’는 아일릿 데뷔 전부터 기획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CEO는 “지금 문제가 되는 건들은 아일릿의 데뷔 시점과는 무관하게 사전에 기획된 내용들이라는 점을 파악하게 됐다”며 “회사는 어도어 구성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본연의 업무를 성실히 수행해왔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이번 사안으로 누구보다 불안감이 크리라 생각된다. 불안한 마음 갖지 말고 뉴진스의 컴백과 성장을 위해 업무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이브는 아티스트와 구성원을 지키는 데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있다. 아티스트(뉴진스)가 이번 일로 흔들리지 않도록 관계된 분들은 모두 각별히 애써 달라”고 당부했다.

하이브는 K-팝 업계에서 ‘멀티 레이블’ 체제를 구축한 선구자로 타사가 아직 겪지 못한 갈등을 겪고 있다. 박 CEO는 “우리 회사는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멀티레이블의 길을 개척해 나가면서 크고 작은 난관에 수도 없이 봉착해왔다. 그러나 이를 잘 극복하고 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면서 성장해왔다”며 “그런 와중에 이번 사안이 발생하게 돼 저 역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문제는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진정성을 갖고 실행해 왔기에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시행착오”라며 “이번 사안을 잘 마무리 짓고 멀티 레이블의 고도화를 위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 뉴진스와 아일릿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어떤 것을 실행해야 할지 지속해 고민하고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K-팝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지난 22일 어도어 이사진을 대상으로 주주총회를 소집, 민희진 대표 사임 요구 서한을 발송했다. 또한 자사 감사팀을 통해 어도어 지분 80%를 자신과 손잡은 사모펀드(PEF)에 매각하도록 하이브에 압박을 가하려 했다는 정황을 파악했다. 민희진 대표는 그러나 이 사태의 원인을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의혹에 대한 내부 고발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 경영권 탈취를 시도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