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얀마 시민단체, “군부 관련 기업 간접 지원” 신한∙하나은행 강력 규탄

  • Published : Mar 26, 2021 - 14:32
  • Updated : Mar 26, 2021 - 14:32

지난 2월 7일 미얀마 양곤의 술레 파고다 앞에서 군사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AP-Yonhap)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현지에 진출한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군부 관련 기업을 간접적으로 지원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5일 코리아헤럴드가 단독 입수한 미얀마 시민단체 ‘저스티스 포 미얀마(Justice For Myanmar)’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2019년 9월 미얀마에서 강판을 생산하는 미얀마포스코C&C에 총 75만 달러(약 8억 4천만원)의 대출을 제공했다.

해당 대출은 신한은행이 2016년 한국계 은행 최초로 설립한 양곤 지점에서 이뤄졌으며 지난해 5월 모두 만기 상환된 것으로 파악됐다. 

미얀마포스코C&C는 포스코그룹의 철강 무역 계열사인 포스코강판이 2013년 미얀마 군부 소유 기업인 미얀마경제홀딩스(Myanmar Economic Holdings Limited)와 합작해 세운 현지 법인이다. 앞서 1997년 두 기업은 처음으로 손을 잡고 철강업체 미얀마포스코를 설립한 바 있다.

두 합작사에 대해 약 30%의 지분을 소유 중인 미얀마경제홀딩스는 미얀마경제지주사(Myanmar Economic Corporation)과 함께 대표적인 군부 통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25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와 관련해 이들 기업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제재안을 발표했다.

저스티스 포 미얀마의 야다나 마웅 대변인은 “포스코 관련 기업에 간접적으로라도 자금을 제공하는 한국 시중은행들은 포스코의 미얀마 군부 협력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미얀마 군부가 투자한 합작사에 대출을 허가한 신한은행에 향후 군부 기업과의 재무적 관계를 차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포스코그룹 측은 2019년 자회사 미얀마포스코C&C가 신한은행으로부터 8억 4천여만 원의 대출을 받았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또 해당 단체는 미얀마 군부와 거래하는 베트남 4대 국영 상업은행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ank for Investment and Development)과 하나은행이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 자산규모 1위 은행이자 4대 국영산업은행 중 하나인 BIDV는 2018년 7월 군부 관련 기업으로 알려진 통신 기업 Mytel에 1,150만 달러 규모의 대출했다. Mytel로 흘러간 대출금의 상환 만기는 2023년 6월이다.

Mytel은 2017년 군부 통제 기업 MEC의 자회사인 Star High Company와 베트남 국방부가 100% 지분을 보유 중인 베트남 최대 이동통신사 비엣텔(Viettel)이 만든 합작회사로 미얀마 4대 통신 기업 중 한 곳이다.

하나은행은 2019년 말 BIDV가 발행한 신주 6억 330만 2,706주를 1조 148억 원에 사들여 총 15%의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BIDV의 2대 주주이자 외국인 전략적 투자자 지위를 취득한 바 있다. 이는 국내 은행들의 해외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였다.

야다나 마웅 대변인은 “하나은행의 경우 미얀마 군부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BIDV의 전략적 투자자다. 저스티스 포 미얀마는 하나은행이 전략적 투자자의 지위를 십분 활용해 BIDV가 군부 통제 통신 기업인 Mytel과의 거래를 중단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하나은행은 BIDV의 지분 취득은 미얀마 쿠데타가 발생한 2월 1일 이전에 이뤄진 것으로 해당 거래를 미얀마 군부에 대한  “직접적인 자금 조달”로 간주하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은 “(BIDV와 Mytel간의 거래)를 미얀마 군부에 대한 지원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사료된다”며 “현재 BIDV 역시 미얀마 사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리스크 관리를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얀마 군부의 반민주적 행태는 쿠데타 이전부터 이미 오랜 시간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아왔다며 현지에 진출한 은행들은 영업 활동 시 미얀마 기업들과 연관된 인권 문제를 면밀히 주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얀마 군부는 2016년 말부터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대대적으로 탄압하고 있다. 군부는 2017년 8월 로힝야족 집단 학살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고, 70여만 명을 피난길에 올랐다.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 사업본부장은 “미얀마 시장에 진출한 국내 시중 은행들은 쿠데타 이전에도 군의 인권 침해 등 미얀마 내부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했다”며 ”군부 관련 사업에 대해 나름의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인권 문제를 방관하는 기업에 대한 자금 조달 및 투자를 막기 위한 내부 규제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해당 시민단체는 미얀마에 진출한 국내 시중은행들이 미얀마 군부 통제 기업과 맺었던 재무적 이해관계는 그들이 추진해온 ESG 경영 기조와 배치된다고 주장한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칭으로 비재무적인 요소들에 초점을 맞추는 경영 방식을 일컫는다. 

야다나 마웅 대변인은 “미얀마 현지에 진출한 한국의 주요 은행들은 앞으로 군부 통제 기업과 관련된 영업 활동에 있어서 ESG 실천을 약속해야 할 것이다”며 “그렇지 않으면 은행들이 앞다퉈 발표하는 ESG 관련 목표들과 거리가 먼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향후 은행들이 미얀마 쿠데타처럼 예측 불가능한 정치적인 위험 요인도 기업 의사 결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우찬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국내 은행들이 ESG 경영을 강화하고 ESG 중심의 기업 이미지를 내세우는 만큼 국내외 기업 대출자들에게 돈을 빌려줄지 여부를 결정할 때 반민주적 가치나 인권 침해 등의 사회적 위험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등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편 ESG가 기업 경영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 금융업계도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다양한 ESG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2017년 이후 현재까지 친환경 산업에 약 16조 원에 달하는 금융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아시아 금융사 최초로 ESG 화폐가치 측정 글로벌 표준모델을 개발하는 글로벌 기업 연합인 ‘Value Balancing Alliance (VBA)’에 가입해 눈길을 끌었다.

하나금융은 ‘석탄 없는 금융’ 달성을 목표로 이르면 올 상반기 ESG 관련 리스크가 존재하는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중단을 논의하는 특별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현재 산업을 막론하고 국내 기업의 ESG 수준은 걸음마 단계다. 금융권의 경우 기업이 사회, 거버넌스 문제보다 환경 이슈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적으로 금융사들이 ESG의 3대 가치를 모두 엄격하게 준수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국내외 시장에 미치는 기업의 사회적 영향을 보다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스티스 포 미얀마는 지난해 4월 미얀마에서 활동하는 인권활동가들이 모여 설립한 시민단체로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기치 아래 미얀마 군부의 인권 유린 사태 및 군부 통제 기업의 비리를 전 세계에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26일 전날 본지 보도에 대해 “Myanmar Posco C&C 는 포스코가 지분 70%를 보유한 기업으로 포스코에 대출한 것이지 미얀마 군부와 거래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코리아헤럴드 최재희 기자 (c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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