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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 중심 선 '밀보드'…걸그룹 위문공연 곡 잇달아 재조명

By Yonhap

Published : March 21, 2021 -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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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비디터가 만든 '브리에브걸스 롤린 댓글 모음' 영상(국방TV·비디터 유튜브 채널 캡처) 유튜버 비디터가 만든 '브리에브걸스 롤린 댓글 모음' 영상(국방TV·비디터 유튜브 채널 캡처)
"취업 준비하면서 한국사를 공부했어요."(유정), "막상 떠오르는 일이 없어서 일단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어요."(유나)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는 걸그룹 브레이브걸스 멤버들은 최근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수 활동을 접고 새 직업을 찾을 계획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들은 4년 전 발표한 노래 '롤린'(Rollin')이 이달 들어 대히트하면서 데뷔 10년 만에 전성기를 맞았고, 다시 방송가를 누비며 활약하게 됐다.

걸그룹이 과거 위문공연에서 부른 노래가 이른바 '밀보드'(밀리터리와 미국 빌보드 차트를 합친 말) 곡으로 불리며 잇달아 재조명되고 있다.

브레이브걸스의 드라마틱한 성공도 유튜브에 게재된 국방TV '위문열차' 공연의 '댓글 모음 영상'에서 출발했다. 이들이 군 장병 앞에서 '롤린' 무대를 펼치는 영상과 이곳에 달린 댓글을 합쳐 만든 영상으로, 유튜브에서 1천만 뷰를 기록하며 엄청난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롤린'과 비슷한 시기인 2016년에 나온 걸그룹 라붐의 노래 '상상더하기', '푱푱' 등이 화제다. 유튜브에 게재된 두 곡의 위문공연 댓글 모음 영상은 일주일 만에 85만 뷰를 돌파했다.

특히 '상상더하기'는 19일 멜론 댄스 장르 일간 차트에서 35위를 기록했고, 라붐은 한때 멜론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특정 집단에서만 소비되던 문화가 메인 스트림으로 소환돼 대중에게도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두 그룹이 새롭게 조명된 데는 예비군의 향수가 크게 작용했다. 군 시절을 함께한 '내 가수'의 영상을 본 이들이 적극적으로 댓글을 달았고, 이를 재가공한 영상이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음악에 관심이 높은 수용자에게 전달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위문공연이라는 군인들만의 서브컬처가 사회에서 인정받은 것이기 때문에 군필 남성 입장에서는 더 흥이 나서 응원을 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팀들의 '짠내' 나는 서사 역시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위문공연은 소위 A급 아이돌그룹보다는 중소기획사 소속 그룹이 서는 무대다. 브레이브걸스 역시 "우리를 불러주는 곳이 주로 '위문열차'였다"고 말한 바 있다.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도 설 무대가 없었다는 이들의 사연은 대중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전의 팬들은 가수를 우상화하고 경외심을 가졌지만 지금은 가수를 '동반자적 관계'로 여긴다"며 "'저렇게 잘하는데 왜 군대에서 무대를 하느냐. 우리가 꼭 성공시켜야 한다'는 팬심이 발휘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위문공연 영상이나 나아가 위문공연 문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남성 군인을 위해 마련된 무대에 등장하는 걸그룹의 짧은 의상이나 클로즈업 등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것이란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온라인상에는 브레이브걸스와 라붐 등이 재조명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군인의 사기 진작을 위해 왜 젊은 여성 그룹이 동원돼야 하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황진미 평론가는 위문공연에 서는 그룹 개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위문 공연이라는 문화 자체를 두고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과연 국가가 나서서 군인들에게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그런 식으로 소비하도록 하는 게 맞는 것인지 얘기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