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31일(현지시간)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당초 1분기에 납품하기로 한 8000만회분의 절반에 불과한 4000만회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공급받는데 합의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모습. [A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급 문제를 둘러싸고 옛 회원국인 영국은 물론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갈등을 빚어온 유럽연합(EU)이 양측에 대해 모두 한발 물러섰다.

31일(현지시간) BBC 방송, 스카이뉴스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리즈 트러스 영국 국제통상부 장관은 이날 이들 언론과의 잇단 인터뷰를 통해 “EU로부터 코로나19 백신 공급 계약 진행에 차질이 없을 것이란 서면 확약을 받았다”며 “EU가 한발짝 후퇴한 만큼 백신 부족 사태를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EU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아스트라제네카가 애초 유럽에 공급하기로 한 백신 물량 축소를 통보하자 영국에서 생산한 백신을 EU로 보내야 한다고 요구하며 신경전을 벌여왔다.

급기야 EU는 유럽에서 생산된 백신의 영국 수출을 차단할 수 있다는 으름장을 놓았다가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 사회의 비난을 받고 지난 29일 밤늦게 이를 철회했다.

트러스 장관은 앞서 EU가 했던 선택을 “실수”라고 부르며 “이 위기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려면 백신 국수주의와 보호주의에 맞서 국경을 개방하고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EU는 아스트라제네카 측과도 당초 1분기에 납품하기로 한 8000만회분의 절반에 불과한 4000만회분을 공급받는데 합의했다. 2주 전 주말 아스트라제네카가 통보한 3100만회분보다는 900만회분 많지만, 필요 물량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는 당초 계획보다 1주일 먼저 백신 납품을 시작할 계획이고 유럽에서 제조 능력도 확장하기로 했다”며 “이는 백신과 관련한 일보 전진”이라고 설명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3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EU에 1분기까지 4000만회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트위터]

그동안 약속한 납품 수량을 채우지 못한 것을 두고 ‘계약 위반’이라는 EU 측과 ‘계약상 의무는 없었다’는 아스트라제네카 측의 주장이 부딪히며 법적 대응으로까지 고조될 듯했던 갈등이 일단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양측 사이의 갈등이 수면 아래로 내려가며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프랑스·스페인 등에서 백신 부족으로 접종 중단 사태가 현실화되며 아스트라제네카를 향한 유럽 각국 차원의 공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와 독일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법적 대응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클레멍 본 프랑스 외교부 유럽담당 국무장관은 아스트라제네카에 계약 준수를 촉구하며 영국에 우선권을 준 것으로 드러난다면 “벌금이나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에너지부 장관도 독일 일간지 디 벨트에 아스트라제네카를 겨냥해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기업은 법적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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