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Herald

소아쌤

"재난기본소득 자녀에게 줄건가요?" 맘카페서 '와글와글'

By Yonhap

Published : April 19, 2020 - 13:35

    • Link copied

(경기도 제공-연합뉴스) (경기도 제공-연합뉴스)

"중고딩(중고교생) 자매 둘인데, 재난기본소득 지급한다고 하니 자기들 몫을 달라고 하네요."

"대학생 자녀 있으신 분들, 재난기본소득 아이에게 주시나요? 아니면 생활비에 보태 쓰는 게 나을까요?"

경기도와 각 시군 지자체가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주제를 놓고 흥미로운 논의가 한창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처음으로 시행한 정책인 만큼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자녀와의 '분배'를 둘러싼 부모들의 고민 아닌 고민부터 그 대처법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맘카페를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다.

19일 용인 수지, 성남 분당, 화성 봉담 등 지역사회 주민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를 보면, 지자체가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을 자녀들에게 줄 것인지, 부모가 임의로 사용할 것인지에 의견을 묻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와 있다.

이들 글에는 수십 개 댓글이 달리고 조회 수도 2천~3천회에 이르는 등 높은 관심이 쏠려 있다.

흥미로운 건 댓글로 올라온 다양한 견해와 독특한 아이디어들이다.

"미성년자도 도민이다", "가구별 지급이 아닌 1인당 지급인 만큼 각자에게 주는 게 맞다"는 공정 분배형도 있지만 "세금 낸 부모가 모두 써야 한다"는 일괄 몰수형도 있다.

심지어 "줄테니 밥값 내놓으라고 하라"는 협박형, "애들 모르게 신청해서 쓱~하라"는 은폐형까지 다채롭다. 일부에선 "5대5로 나누기로 했다"는 절충형 사례도 있다.

한 네티즌은 "단축 근무하느라 가계소득이 줄어 대학생 딸한테 꿈도 꾸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끼니마다 식비 달라고 하라"거나 "용돈으로 퉁치라"는 대처 방법도 내놨다.

"배달음식 시킬 때마다 아이들 몫을 제하라", "학원비에 보태 써라", "가족을 위해 한턱 쏘라고 하세요", "치킨 한마리로 퉁치라" 등 부모 중심형 의견도 있다.
(경기도 제공-연합뉴스) (경기도 제공-연합뉴스)

자녀들의 반응도 댓글을 통해 그대로 전해졌다

"외투 한 벌, 스니커즈 한 켤레 사겠다고 일방 선포하네요", "10살 아이가 자기 몫 달라네요. 어이상실~". "대학생인데 직접 신청해서 선불카드로 받겠다고 하네요", "자기 명의로 나왔으니 절반이라도 달라고 합니다", "이달 말 군 입대한다고 빨리 신청하라고 독촉한다" 등이 그것이다.

"대학생 아들은 재난기본소득 20만원을 선불카드로 받아 줄테니 현금으로 15만원을 달라고 '깡'을 제안했다"며 농담반 진담반 같은 가족 사정도 전했다.

한 주민은 "제가 학원에 근무하는데 학생(원생)들이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청소년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밖에 군대 간 아들 몫으로 나온 재난기본소득을 부모가 신청해서 아들에게 줘야 하는지 의견을 묻는 글도 있다.

자녀뿐 아니라 남편에게 줄지 말지에 대한 갑론을박도 빠지지 않았다.

"그동안 수고했으나 쿨하게 자기 몫을 쓰라고 하고 싶은데 왠지 아까운 기분이 든다"며 의견을 구하는 글에는 6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원래 복잡한 거 싫어하는 남편인데 이번엔 눈에 불을 켜고 신청 중"이라는 소식에서 "요즘 많이 힘든데 영양제나 사주려고 한다"거나 "그냥 꿀꺽할 생각"이라는 의견까지 나왔다.

수원에 사는 이모(45) 씨는 "중3 딸이 재난기본소득은 도민 모두가 대상이어서 경기도가 저한테 준 것이라고 하면서 청소년이 많이 가는 단골가게도 잘 되게 직접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당당히 말하더라"고 전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도민 모두의 소비 여력을 키우고 멈춰버린 지역상권에 수혈하는 경제방역 정책이라는 취지를 살려 가족들이 소비자 교육의 기회로 삼아 토론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성년 자녀들도 도민으로서 재난기본소득의 소비 주체가 된다면 경제 교육과 균형 집행 등 일거양득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청소년들이 똑똑한 소비를 경험하고 이를 통해 10대가 찾는 점포까지 지출 범위가 확대되는 측면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에서는 도(1인당 10만원씩)와 30개 시군(1인당 5만~40만원씩)에서 각각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다.

지난 9일부터 온라인으로 신청하는 지역화폐 카드와 신용카드 방식은 주민등록상 같은 세대원인 직계존비속의 경우 미성년자에 한해 대리 신청이 가능하다.

이와 달리, 20일부터 오프라인으로 신청하는 선불카드 방식은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에 한해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와 농협 지점에서 미성년자이든, 성인이든 관계없이 대리 신청해 받을 수 있다.

도내 19세 이하 주민은 올해 2월 말 기준 252만여명으로 전체의 약 19%를 차지한다. (연합뉴스)
(경기도 제공-연합뉴스) (경기도 제공-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