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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세상] 페북서 악플금지 릴레이 캠페인…"차별금지 제도 우선" 지적도

By Yonhap

Published : Dec. 12, 2019 -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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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와 구하라 등 아이돌의 잇따른 자살로 악성 댓글(악플)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악플 금지 릴레이 캠페인'이 번지고 있다.

지난 9일 페이스북에는 악플 방지 관련 해시태그(#악플금지, #릴레이, #캠페인)와 함께 "지목받은 지인분들, 동참 한번 해주세요"로 시작하는 캠페인 글이 게시됐다.

릴레이 캠페인 글에는 "연예계 줄줄이 터지는 비보에 사람 혀끝의 독이 한 사람을 삼키는 듯해 비통했는데 릴레이로 마음을 보탤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라는 참여 동기가 담겨 있다.

이어지는 '나의 다짐' 항목은 "지금부터 나(참여자 이름)는 나와 같지 않음을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라 인정하며 그 사람의 단점보다 장점을 크게 보며 좋은 말 따뜻한 말 힘이 되는 말 용기가 되는 말들로 소통할 것을 다짐한다"라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페이스북 캡처-연합뉴스) (페이스북 캡처-연합뉴스)

글은 릴레이 캠페인 참여를 추천한 지인 이름을 언급한 뒤 캠페인을 이어갈 지인 3명의 이름을 적어 바통을 넘기는 방식이다.

형식이 정해진 글의 괄호 안에 자신의 이름과 지인의 이름을 채워 넣음으로써 참여를 권하는 이 캠페인은 지난달 말부터 페이스북 이용자를 중심으로 퍼졌다.

캠페인에 참여한 직장인 권용식(49)씨는 "악플로 인한 자살의 배경에는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지 않는 문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도적 개선뿐만 아니라 문화나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므로 캠페인에 소극적이나마 참여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참여 배경을 밝혔다.

권씨는 "이를 통해 악플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우리가 모두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인터넷에서 악성 누리꾼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노력은 여러 차례 있었다.

일부 누리꾼은 트위터에 계정을 운용하며 '여자 연예인 검색어 정화 운동'을 이끈 적 있다. 공동소송 스타트업 '화난 사람들'은 악플 신고를 모아 무료로 고발을 대행해주는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러한 누리꾼의 움직임은 포털업계의 자정 노력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카카오가 지난 10월 다음의 '연예뉴스 댓글'과 '카카오톡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폐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차별금지법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악플 금지 캠페인의 효과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악성 댓글을 쓰는 누리꾼은 자신이 쓰는 게 올바른 조언이라고 생각한다"며 "악플의 정의 자체가 모호한 상황에서 악플 금지 운동은 효과가 미미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근본적으로 사회가 연예인을 바라보는 차별적 관점이나 문화가 문제"라며 "차별과 혐오를 하지 말자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고 차별금지법과 같은 법과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