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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日관객 앞에 다시 앉다…극우 반발에도 1천명 인파 몰려(종합)

By Yonhap

Published : Oct. 9, 2019 -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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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정부 압력·극우 협박으로 중단 두달여만…폐막까지 1주일 전시
추첨으로 뽑힌 소수 관객만 동영상 촬영 없이 가이드 동행 관람 가능
30명씩 2회로 관람객 제한…관람 희망자 대거 몰려 23대1 경쟁률
"전시방식 여전히 억압적" 비판…극우 나고야 시장은 전시재개 항의
작가 김운성 "아쉬움 있지만 어려움 이겨내고 전시 재개 긍정 평가"

일본 정부의 압박과 극우 세력의 협박으로 인해 일본 국제 예술제 전시가 중단됐던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이 8일 다시 관객들과 마주 앉았다.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 실행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10분부터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포함된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不自由展)·그 후'의 전시를 재개했다.

이날 트리엔날레 측은 관람 인원을 1회에 30명, 관람 횟수를 2회로 제한했지만, 관람을 신청한 사람은 1회 째 709명, 2회째 649명이나 됐다.

회당 20대1의 경쟁률을 넘는 수준으로, 중복 신청을 고려하면 이날 하루 1천명 가량이 관람을 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Yonhap) (Yonhap)

평화의 소녀상 전시 재개는 지난 8월 3일 오후 6시를 기점으로 중단된 이후 두 달 여 만이다. 트리엔날레는 오는 14일 폐막해 평화의 소녀상의 공개 기간은 1주일 뿐이다.

기획전은 8월 1일 트리엔날레 개막과 함께 전시를 시작했지만,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등 일본 정부 관료의 압력 발언이 나오고 극우 인사들의 협박이 잇따르자 트리엔날레 실행위원장인 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 아이치현 지사는 사흘 만에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일본 예술계와 헌법학계 등 일본 시민사회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사실상의 검열이라며 반발하며 논란이 커졌다.

또 전시 중단을 비판하며 자신의 작품을 전시에서 빼달라는 작가들이 잇따라 기획전 외의 다른 전시까지 중단하는 작품이 잇따랐다. 자진해서 전시 중단을 선언한 14개 팀의 작품들도 이날 전시가 재개됐다.

트리엔날레와 기획전의 실행위원들은 격론 끝에 기획전 전시 재개를 결정했지만, 일본 정부는 트리엔날레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철회하겠다며 오히려 압박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전시가 재개됐지만, 전시는 사전에 신청을 한 뒤 추첨에서 뽑힌 일부 관객들을 대상으로 그것도 극히 제한된 방식으로 진행됐다.

안전 유지를 위해 1회 30명씩 추첨으로 선정된 관람객들이 사전에 교육을 받고 가이드와 함께 관람할 수 있다.

관람객들은 사진과 동영상 촬영을 할 수 없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를 퍼트려서도 안된다. 관람객들은 이날 관람에 앞서 이런 주최측의 요구 사항을 준수하겠다는 서약서까지 썼다.

트리엔날레와 기획전 측은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금속탐지기를 사용한 검사를 진행하는 등 경비를 강화했다.

이처럼 관람객 수와 관람 방식을 제안한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시가 재개됐지만 소수의 관람만을 허용하고, 그것도 SNS 게재 등을 금지하는 것이 사실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같은 기획전에 작품을 출품한 안세홍 작가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략적으로 트리엔날레에 평균 8천명이 오는 것으로 계산되는데 한시간에 30명씩, 총 240명만 볼 수 있다고 한다면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관람객들에게 서약서도 쓰게 했는데, 사람들이 보는 것도, 알리는 것도 막겠다는 처사다"며 "일본의 표현의 부자유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퍼포먼스가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반쪽자리 재개며, 전시 방식을 봤을 때 재개를 위한 재개이지 전시를 위한 재개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제한된 전시 방식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일본내 극우들은 전시 재개 자체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8월초 전시 때부터 소녀상 전시에 반대해온 가와무라 다카시(河村たかし) 일본 나고야(名古屋) 시장은 전시 재개에 반발하며 전시회가 열린 건물 앞과 아이치현청 앞에서 연좌시위를 벌였다.

트리엔날레의 실행위원회 회장대행을 맡고 있는 그는 "실행위원회에서 협의하지 않은 채 재개를 결정한 것은 폭력이다. 재개해서는 안 된다"며 시가 부담하는 트리엔날레 개최 비용 3천380만엔(약 3억7천680만원)을 지급 시한인 18일까지 지급하지 않겠다고 겁박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전시 재개에 대해 김서경 작가와 함께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 작가는 "아쉬운 점은 있지만 전시가 어려움을 이겨내고 재개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