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리즘 시위에 몸살 앓는 멕시코…인간 '평화의 띠' 등장

  • Published : Oct 4, 2019 - 09:14
  • Updated : Oct 4, 2019 - 09:14
대규모 시위마다 폭력 잇따르자 공무원·자원봉사자 방패막 형성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도심에서 2일(현지시간) 열린 1968년 민주화운동 학생 학살 추모 학생 시위엔 하얀 티셔츠를 입고 줄지어 늘어선 사람들이 있었다.

시위가 과격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인간 '평화의 띠'였다.

3일 멕시코 언론에 따르면 전날 평화의 띠에 동참한 사람은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등 1만2천 명이었다.

최근 멕시코의 대규모 시위에서 문화재나 공공기물을 파괴하는 반달리즘(vandalism)이나 경찰을 향한 공격이 잇따르자 멕시코시티 시 정부가 마련한 자구책이었다.

시위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반달리즘은 당국뿐만 아니라 시위대에게도 고민거리였다.

지난달 26일 아요치나파 교대생 실종 5주년을 맞아 열린 시위에서도 일부 시위대가 중앙은행 문에 불을 지르거나 사무실 건물의 유리를 깼다. 소칼로 광장에 있는 옛 정부청사 건물의 문을 훼손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EPA-연합뉴스)

아직도 사건의 진실이 모호한 교대생 43명 실종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기 위한 시위였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반달리즘으로 시위 취지가 빛바랬다.

이틀 후 낙태 금지법 폐지를 위한 대규모 시위에서도 반달리즘 행위가 이어졌다.

방송 카메라 등에는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이들이 공공기물 파손을 저지르는 장면이 포착됐다.

당국은 일부 무정부주의자 집단이 시위 취지와 무관하게 시위대에 침투한 후 반달리즘과 폭력 행위를 선동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매년 2일 열리는 대규모 학생 시위를 앞두고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선동꾼들의 도발에 넘어가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인간 평화의 띠 덕분인지 2일 시위는 큰 폭력 사태 없이 마무리됐다고 멕시코 언론들은 전했다.

이번 시위는 멕시코올림픽 개막을 열흘 앞둔 1968년 10월 2일 멕시코시티 북부 틀라텔롤코의 삼문화광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학생들을 당국이 대량으로 학살한 사건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었다.

정부의 은폐로 사망자 규모조차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는데 시민단체 등은 35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사건 51주년을 맞아 삼문화광장부터 구도심 소칼로 광장까지 이어진 시위엔 1만 명가량이 참가했다.

100명가량이 복면을 쓴 채 스프레이로 건물 벽에 낙서를 하고 폭죽을 터뜨리거나 경찰을 공격하기도 했으나 이전 시위들에 비하면 큰 소요 없이 시위가 마무리됐다.

경찰 등 14명이 부상했으나 부상 정도는 가볍다고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전했다.

3일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폭력 시위를 막아준 시민들과 평화의 띠 동참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