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EU서 불법 판정된 포스트 전세계서 삭제해야 할 수도

  • Published : Oct 4, 2019 - 09:11
  • Updated : Oct 4, 2019 - 09:11
유럽사법재판소 결정…인권 옹호단체는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유럽사법재판소(ECJ)가 3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유럽연합(EU)으로부터 불법 판정을 받은 콘텐츠를 전 세계적으로 삭제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결정했다고 로이터 통신과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이날 EU 회원국 법원이 페이스북이나 다른 소셜미디어 기업에 이미 불법으로 판정된 것과 동일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포스트를 찾아서 삭제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유럽사법재판소는 이어 EU 법률은 법원이 소셜미디어 업체들에 이런 명령을 전 세계적으로 적용하도록 명령하지 못하도록 막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 이런 조처는 관련된 국제법 체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이 법원은 덧붙였다.

WSJ은 "EU 최고 법원이 역내 법원들에 페이스북 포스트를 삭제하도록 명령할 더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달 24일 유럽사법재판소가 구글에 온라인상에서의 '잊힐 권리'를 EU 국경을 초월해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결정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로이터는 당시 결정이 표현의 자유 옹호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은 반면 이번 판결에 대해서는 권위주의 정권이 비판자들을 침묵하게 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은 이번 결정에 반발했다. 소셜 플랫폼의 역할은 특정 국가에서 불법일 수 있는 발언을 감시하고 해석하고 삭제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페이스북은 "이번 결정은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자국의 표현의 자유 법률을 적용할 수 없다는 오랜 원칙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업체는 또 이번 결정이 인터넷 업체들에 어떤 콘텐츠가 이미 불법 판정을 받은 콘텐츠와 상응하는지 해석하도록 하는 의무를 지운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인권 옹호단체 '아티클 19'도 페이스북 입장을 지지했다. 이 단체 토머스 휴즈 사무국장은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맥락과 관계없이 포스트를 자동 삭제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온라인상 정보를 제약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 나라의 법원이 다른 나라에서는 불법이 아닌 소셜미디어 포스트까지 삭제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이번 판결이 법원 명령에만 적용되며 이용자들이 특정 콘텐츠를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경우 등과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유럽사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오스트리아의 녹색당 전 대표 에파 글라비슈니히가 아일랜드인의 페이스북 계정에 자신을 깎아내리는 발언이 올라오자 페이스북에 이를 삭제하도록 요구하면서 벌어진 소송을 둘러싸고 나온 것이다.

오스트리아 법원은 유럽사법재판소에 이 사건에 대한 지침을 요청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