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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60년 만의 최악 가뭄…죽어 나간 가축만 3만 마리

By Yonhap

Published : Sept. 27, 2019 -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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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먹이 못 구한 가축들 잇따라 폐사…칠레 전역이 비상

칠레 전역이 60년 만에 최악 수준인 가뭄으로 바짝 말랐다. 먹이와 물을 구하지 못한 가축들이 무더기로 죽어 나가는 등 농가의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과 칠레 일간 엘메르쿠리오 등에 따르면 칠레 농무부는 지금까지 가뭄으로 희생된 가축이 칠레 전역에서 3만 마리가 넘는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가축이 뜯어먹을 풀도 씨가 마르고, 마실 물도 구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수도 산티아고 북쪽 푸타엔도 지역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알프레도 에스타이는 가뭄 전에 소 180마리를 키웠지만 지금은 80마리와 송아지 몇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매달 300달러(약 36만원)의 연금을 받는 그는 일주일에 112달러(약 13만원)어치씩 물 3천500리터와 풀을 사서 소들을 먹였지만 이젠 더 버티기가 힘들어졌다.

에스타이는 "남은 소들을 아무것도 없는 산속으로 끌고 가 그들이 더 빨리 죽게 두는 것이 최선"이라고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 지역 목장주연합회의 프레디 모레노는 해마다 이곳에 130∼180㎜의 비가 내리지만 올해 강수량은 37㎜에 불과했다고 AP에 전했다.

죽어 나가는 가축을 보다 못한 한 지역에선 시민들을 대상으로 잔디 기증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한다.

일반 가정에서 깎아낸 잔디를 버리지 말고 곧바로 농가에 기증하도록 한 것이다.

캠페인을 주도한 주민 하비에르 아마도리는 엘메르쿠리오에 "앙상한 동물들, 죽어가는 동물들을 매일 본다. 정말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농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가축을 키우는 이들뿐만 아니라 곡식이나 채소, 과일 농사를 짓는 이들과 양봉업자들까지 가뭄에 직격탄을 맞았다.

칠레 정부는 이번 가뭄이 지난 60년간 닥친 최악의 가뭄으로 보고 있다. 현재 칠레 전역의 3분의 1이 넘는 지역에 가뭄으로 인한 농업 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