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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는 승자 못돼도 사랑을 노래한다…경쟁구도 에미넘과 달라"

By Yonhap

Published : Aug. 27, 2019 -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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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사회현상 조명한 'BTS 인사이트 포럼'…문학, 미술 등 각계전문가 참여

"에미넘의 곡은 승패 구도에서 결국 성공해야 한다는 경쟁 서사를 벗어나지 못한 반면, 방탄소년단 곡은 승자가 되긴 어려워도 '난 날 사랑해'라고 말하죠."

문학평론가인 신형철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조교수는 2000년대 시대 정신을 대표하는 장르인 힙합계 두 아티스트 곡의 차이를 이렇게 비교했다. 에미넘의 곡 '루즈 유어셀프'(Lose Yourself)와 방탄소년단 앨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LOVE YOURSELF 結 Answer) 수록곡 '앤서:러브 마이셀프' 가사를 짚으면서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신 교수는 26일부터 3일간 강남구 삼성동 슈피겐홀에서 열리는 'BTS 인사이트 포럼' 강연자로 참여했다.

문화마케팅그룹 머쉬룸이 주최한 'BTS 인사이트 포럼'은 방탄소년단 신드롬을 사회적인 현상으로 규정하고 문학, 미술, 인문학 등 여러 분야에서 조명하는 포럼이다. 국내외 학자, 마케터, 크리에이터 등이 강연자로 나섰다.

예술의 사회적 기능에 관심을 둔 신 교수는 방탄소년단이 유엔 연설에서도 설파한 '러브 유어셀프'란 '만트라'(주문)가 신자유주의 시대의 세계 청년들에게 갖는 의미를 분석했다.

그는 "유엔 연설 영상에 우는 팬들을 보며 감동했다"며 "방탄소년단이 팬들에게 '이 주문으로 갑옷을 입혀줬구나, 방탄 된 영혼을 만들어줬구나'란 생각을 했다. 밖에서 승자가 되긴 어려워도, 집에 돌아와 '난 날 사랑해, 상관없어'라고 한다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방탄소년단은 '져도 된다'라고 얘기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탄소년단 만트라가 세계를 바꾸는 구호로 재설정된다면 이들은 혁명적 예술가가 되지 않을까"라고도 기대했다.

영국 킹스턴대 콜레트 발메인 영화·미디어학부 교수는 방탄소년단이 새로운 남성성을 제시하며 서구 젊은이들에게 해방감을 줬다고 분석했다.

발메인 교수는 "남녀 성 역할이 이분법적인 서구에서 남성은 자기감정 표출을 두려워한다"며 "그러나 방탄소년단은 노래, 옷이나 멤버들 간의 친밀한 모습 등 여러 루트를 통해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헤게모니 적인 남성성의 관념에서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또 문화연구자인 이지행 중앙대학교 강사는 뉴미디어 시대에 팬클럽 아미가 보여준 영향력을 다양한 관점으로 짚었다.

최근 'BTS와 아미컬처'란 비평서를 낸 그는 "아미는 트위터 등 SNS와 현지 라디오 등에 적극적으로 관여(Engaging)하면서 방탄소년단을 홍보했다"고 말했다.

또 "서구 사회의 K팝 편견에 방탄소년단이 해방되도록 'K팝이 아니라 BTS 팝'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등 기존 담론을 뒤집거나, 서구 미디어가 방탄소년단에 대한 차별적인 잣대를 댈 경우 대항하며 새로운 담론을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이들이 방탄소년단 이후 현상을 짚었다면 진영선 고려대 디자인조형학부 명예교수는 방탄소년단이 태어난 요람의 뿌리를 짚었다.

그는 방탄소년단을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과 비교하면서 "백남준처럼 수준 높은 복합 예술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