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두려움 남성도 체험"…남자화장실 '눈알 스티커' 등장

  • Published : Aug 11, 2019 - 09:17
  • Updated : Aug 11, 2019 - 09:19
남성 작가 '성인소년' 기획 프로젝트…시민들 자발적 동참 '인증샷'
"여성들 불법촬영 공포 실존하지만 남성들 공감 못해"


"불법촬영에 대한 공포가 여성들의 일상에 실존한다는 게 문제예요. 남성들이 이에 공감을 못 한다면 체험해보라고 하고 싶었죠."

최근 인스타그램에는 남자 화장실 변기와 칸막이 등에 눈알 모양 스티커가 붙은 사진 수십장이 올라왔다. 사진들에는 '그거 그냥 스티커예요'라는 해시태그가 달렸다.

이 사진들은 설치미술 작가이자 20대 남성인 '성인소년'이 2017년 진행한 설치 미술 프로젝트의 후속 작업이다.


(인스타그램 캡처-연합뉴스)

시민들이 문구점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눈알 모양 스티커를 스스로 구매해 화장실 등에 붙이고 직접 '인증샷'을 찍어 '성인소년'에게 전달하면 이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성들이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 느끼는 불법촬영에 대한 공포를 남성들도 공감하게 하자는 취지의 프로젝트다.

'성인소년'은 11일 "많은 여성이 공중화장실을 이용하기 전 휴지걸이나 거울 구석 등에 혹시 소형 카메라가 있는지를 살피는데, 남자들은 '그냥 공사 자국일 텐데 왜 그리 예민하게 구냐'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자들이 불법촬영에 대한 공포를 직접 느껴보지 않아서 그런지 공감을 전혀 못 한다고 느꼈다"며 "렌즈를 닮은 눈알 모양 스티커로 두려움을 대신 체험하게 하자는 게 프로젝트의 취지"라고 밝혔다.

언뜻 불법 촬영용 카메라 렌즈처럼 보이는 스티커를 보고 놀란 남성들에게 "그거 그냥 스티커예요"라고 말하면서, 그동안 여성들이 들어야 했던 '예민하게 굴지 말라'는 반응이 주는 느낌까지 전달하는 효과도 노린 프로젝트다.

많은 시민이 이런 취지에 공감해 프로젝트에 자발적으로 동참했고, 눈알 스티커가 붙은 화장실 칸 등을 사진으로 찍어 보낸다고 한다.

주로 남성들이 "남자 페미니스트로서 반가운 마음에 참여했다"며 인증샷을 보낸다. 남자친구를 시켜 동참하게 했다는 여성들도 있었다.

남성들의 반발도 있다. '성인소년'은 지난해 주로 남성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신상정보가 공개되면서 '그만두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협박을 당하기도 했다.

'성인소년'은 "페미니스트 남성들은 페미니스트라는 사실을 밝히는 것만으로 또래 남성들에게 소외당하는 등 고립되기 쉽다"면서 "남성 페미니스트도 함께할 수 있는 참여형 프로젝트에 의미가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페미니즘 활동을 하는 사람은 당연히 여성이라고 생각한 어느 누리꾼은 '성인소년'이 올린 사진에 "어떻게 남자 화장실에 들어간 거냐"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그는 "페미니스트에 여성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글을 달았다.

'성인소년'은 "불법촬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2년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보지만, 버닝썬 사태나 유명인들의 불법촬영 소식 등을 들으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불법촬영 규제가 입법되고 처벌도 더 강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