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Herald

피터빈트

지난 영광 그립나…유승준, 한국땅 밟으면 활동 가능할까

가요계·방송계 "활동 막을 순 없지만, 국민감정 벽 높아"

By Yonhap

Published : July 14, 2019 -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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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은 H.O.T.였고 솔로는 유승준이었죠."

1997년 '가위'로 데뷔한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3)은 1998~1999년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당시 활동한 몇몇 매니저는 유승준의 독보적인 인기를 이렇게 기억했다.

"'가위춤'을 다 따라 췄어요. '나나나'와 '열정'이 연속 대박 나 당시 유승준 행사비가 3곡에 3천만원이었죠. 인기가 어마어마했어요."(당시 인기 댄스 여가수 매니저)

"스케줄이 정말 빡빡했는데, 새벽 기도를 거의 매일 갔어요. 병역 기피 논란 전까진 노래하고 연습하고 운동하고 기도하는, 바른 청년 이미지였는데…."(당시 인기 발라드 가수 매니저)

그랬기에 방송 등에서 해병대 운운하며 입대를 공언한 스타가 2002년 1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자 국민적인 배신감과 공분이 일었다. 그는 2002년 2월 여의도 63빌딩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자 공항에 도착했지만, 법무부가 입국을 금지해 발길을 돌렸다. '매국노', '배신자', '거짓말쟁이'란 조롱과 야유가 쏟아졌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지난 17년간 '병역 기피 아이콘'이 됐지만, 한때 누렸던 지난날 영광을 잊지 못하는 걸까. 비난 세례에도 유승준은 지속해서 한국 땅을 밟고 싶어했다.

지난 11일 유승준에 대한 비자발급 거부가 위법이라는 취지의 대법원판결이 나오자, 한 걸음 나아가 국내 활동 복귀에도 관심이 쏠렸다.

물론 당장 입국이 가능한 건 아니다. 대법원판결 취지대로 행정소송에서 승소가 확정돼야 하며, 주 로스앤젤레스 한국 총영사관에서 다시 비자 발급 여부를 판단 받아야 한다.

유승준이 경제 활동이 가능한 재외동포(F-4) 자격 비자를 신청한 만큼, 입국이 허용된다면 본인 의사에 따라 활동 재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연예계는 "음반 발매 등 활동을 제재할 방법은 없다"면서도 "문제는 여전히 배신감과 박탈감이 큰 국민 정서"라고 입을 모았다.

대법원판결이 난 당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티브 유(유승준) 입국 금지 다시 해주세요'란 청원 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이틀만인 13일 낮 12시 기준 13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 가요계 "팬 대상 음반·공연 가능…가수로서 시장성은 낮아"

입국 금지 상태에서도 유승준은 2007년과 올해 국내에서 총 2장의 음반을 냈다. 그때마다 부정적인 여론을 감당하지 못한 대형 유통사들은 음반 유통을 포기했다. 결국 그는 소규모 유통사나, 자신이 만든 YSJ미디어그룹을 통해 음반을 출시했다.

입국한다면 본인 의지에 따라 음반 발매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24년 경력의 한 매니저는 "2006~2008년에도 유승준의 국내 일을 보는 기획사가 있었다"면서 "또 지난 1월 음반을 냈을 때도 음악 관계자가 유통사를 타진했다. 관심 있는 기획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 음반유통사 관계자도 "입국 금지 상태에선 위험부담을 감수할 이유가 없었지만, 입국이 허용되고 유승준 측이 선급금 없이 유통만 해달라고한다면, 테스트 차원에서라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공연계도 "콘서트는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관측했다. 유승준은 입국 금지 직전인 2011년 말에도 전국 순회공연을 열었다.

중견 공연기획사 대표는 "주류 공연기획사는 아니더라도 입국 자체가 이슈이니, 관심 있는 업체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며 "20년 전 인기를 고려해 과거 팬들이 결집한다면 3천석 규모 공연은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추측했다.

실제 대법원판결 직후 디시인사이드 유승준 갤러리는 지지성명문을 내 "향후 유승준의 활동에 아낌없는 지지를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가수로서 유승준의 시장성에 대해선 부정적인 평가가 대다수였다. 화제성으로 인한 '반짝 특수'를 누리더라도, 아이돌 시장으로 재편된 가요계 흐름에서 과거 팬 대상 활동에 국한될 것이란 견해다.

또 다른 기획사 이사는 "이미 세대 교체된 시장에서 20년 전 가수는 올드하다"며 게다가 젊은층은 세월의 단절로 인해 그를 병역 기피자로만 인식하지 않나. 활동해도 예전 팬 테두리 안에서만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음반유통사 관계자도 "지금의 아이돌 시장 트렌드에서 남성 댄스 솔로 가수의 시장성은 회의적"이라며 "게다가 2000년대 데뷔한 솔로 가수들도 고전하는 상황이라 국민감정을 차치하더라도 가수로서 지분을 얻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 방송계 "리스크 감수로 부정적…그러나 원천봉쇄 단언 못 해"

가요계 진입보다 국민 정서에 민감한 방송 문턱은 훨씬 높다.

방송계는 국민적인 기만을 한 유승준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할 방송사가 드물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이 지상파 출연이 어려울 때면, 케이블과 종편에서 방송 재개를 시도한 경우가 많았으나 유승준은 국민의 정서적인 배신감이 커 그 또한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케이블 관계자는 "문제가 된 연예인들이 진정성 있게 자숙하는 모습을 보일 때 활동을 재개하지만, 유승준은 국민에게 호감을 얻기 어려운 케이스"라며 "어떤 방송사가 큰 리스크를 감수하고 시청자 앞에 선보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특히 유승준은 신뢰를 깼는데, 그의 눈물을 보고 싶어할 시청자가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지상파의 경우 방송 출연 심의 위원회가 내부에 있다. 제작진이 리스크를 감수하고라도 특정인을 출연시키고 싶어할 경우 위원회가 가동된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유승준 출연이 원천봉쇄 됐다고 할 순 없다"면서도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할 때 출연 가능 여부를 속단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다만, 시청률 경쟁이 치열한 방송 환경에서 화제성 높은 인물에 섭외가 쏠린다는 점에서 "결국엔 어느 프로그램이라도 출연시킬 가능성은 있다"고 추측했다.

◇ 17년간 복귀 노력…"개인 시도 못 막지만, 대중도 거부할 자유 있어"

유승준은 지난 2015년 5월 인터넷 방송을 통해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어떤 방법으로든 아이들과 함께 떳떳하게 한국땅을 밟고 싶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한국에서 연예 활동을 못 하고 방송 금지된다면"이란 물음에도 "상관없다"며 한국땅을 밟을 수만 있어도 만족하다고 답했다.

대법원판결 이후 법률대리인도 "(유승준은) 앞으로 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유승준은 지난 17년간 국내 팬들과 접점을 만들려는 노력을 꾸준히 했다. 번번이 국민적인 반대 여론에 부딪혔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지난 2003년에는 청와대, 법무장관, 병무청장, 국가인권위원회에 입국을 허가해달라는 편지를 보내 선처를 호소했다.

2005년 엠넷에서 신혼 생활을 담은 16부작 다큐멘터리 '유승준 99.8;웨스트사이드 스토리'(Westside Story)를 선보이려 했으나 무산되자 다른 내용의 4부작을 구성해 인터넷에서 서비스했다.

또 2006년 중국어 음반 '승낙'을 내려다가 국내 유통이 불발됐고, 래퍼 H-유진 음반에 랩 피처링해 "국내 복귀 수순이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도 받았다.

2012년 11월에는 홍콩 스타 청룽(成龍)과 함께 '2012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에 참석해 국내 언론과의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내 갑론을박이 나왔다.

2015년 인터넷 방송서 심경을 고백하자 그가 병역법상 만 38세가 지나면 소집 대상에서 제외되는 점을 노렸다, 미국 세법 개정으로 세금 폭탄을 피하려고 한국에 오려 한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돼 뭇매도 맞았다.

그런데도 그는 SNS를 통해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꿈꾸고 있다'란 글로 의지를 강조했다.

문제는 그가 법적인 난관을 뚫더라도 싸늘한 국민감정의 벽이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유승준을 미국명 '스티브 유'라 칭하라는 댓글과 입국 반대 목소리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법치주의 국가이니 입국이 허용돼 복귀하는 개인의 시도를 막을 수 없다"며 "법 문제보다 대중이 받아들이느냐 하는 부분이 남았다. 어느 방송이든 출연시킬 가능성이 높은데 대중도 안 받아들일 자유가 있다. 요즘은 국민청원 등 그런 시도를 막을 여러 방법이 있는데 이런 목소리를 내는 것 또한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자 간 자유로운 선택을 존중할 필요가 있지만, 감정적으로 불편한 지점이 많다"며 "군대에 다녀온 사람, 자녀를 군대 보낸 부모 입장에선 박탈감을 느끼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