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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메이트 살인 혐의 벗은 美여성 8년만에 伊찾아 결백 호소

By Yonhap

Published : June 16, 2019 -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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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영국인 여대생 살인 사건에 연루됐다가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미국인 여성 어맨다 녹스(31)가 수년 만에 이탈리아를 다시 찾아 자신의 결백함을 호소하며 선정적인 기사를 양산한 언론의 보도 행태를 비판했다.

15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녹스는 이날 이탈리아 북부 도시 모데나에서 열린 형사 사법 페스티벌(Criminal Justice Festival)의 '언론에 의한 재판'(Trial by Media) 세션에서 살인 용의자로 나날을 보낸 당시의 심정을 밝혔다.


발표 과정에서 눈물 흘리는 녹스. (연합뉴스) 발표 과정에서 눈물 흘리는 녹스. (연합뉴스)

녹스는 준비한 원고를 통해 당시 사건에서 무죄가 확정됐지만, 이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면서 "검사들과 언론이 이야기를 꾸며내는 것은 물론 실제와 다른 나를 만들어냈고 사람들은 여기에 자신들의 상상과 두려움, 도덕적 판단을 덧입힐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사람들은 더럽고 병적으로 남성 편력이 심한 '폭시 녹시'(Foxy Knoxy·여우 같은 녹스)의 이야기를 좋아했지만 나는 그들이 지어낸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무죄가 확정됐음에도 세간에 그가 살인자로 계속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은 "잘못된 이야기의 위력이 얼마나 클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살인 혐의로 기소돼 교도소에 갇혀 있는 동안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다고 토로할 때는 감정에 북받친 듯 목소리가 갈라지기도 했다. 그녀가 발언을 마쳤을 때 많은 청중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고 WSJ는 전했다.

녹스는 교환학생으로 이탈리아 중부도시 페루자에 머물던 2007년 11월 같은 아파트에 살던 영국인 룸메이트 메러디스 커처(당시 21살) 살해 사건의 피의자로 기소돼 교도소에서 4년을 복역했다.

그는 2009년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가 2년 뒤 항소심에선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나오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가 2015년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당시 이 사건은 잔혹한 범죄 형태는 물론 용의자로 몰린 녹스가 마치 섹스에 중독된 여성인 것처럼 묘사되면서 이탈리아 현지는 물론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은 직후 고국인 미국으로 돌아간 녹스는 악몽 같던 경험을 뒤로하고 가족들과 함께 평범한 생활을 하다가 8년 만에 다시 이탈리아를 찾았다.

현지 언론들도 녹스의 이탈리아 방문을 신문 1면에 대서특필하는 등 큰 관심을 나타냈다. 녹스가 지난 13일 밀라노 리나테 공항에 도착하자 파파라치들이 그녀를 에워쌌고 언론들은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했다고 WSJ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