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대 나온 소방관"…불 끄던 손으로 벽화·웹툰 '척척'

인천 계양소방서 이병화 "소방관과 주민 공감 폭 넓혀 보람"

  • Published : May 12, 2019 - 09:29
  • Updated : May 12, 2019 - 09:29
인천 계양소방서 계산119안전센터에 가면 건물 외벽에 커다란 그림이 하나 걸려 있다.

길이 5.3m, 폭 2.2m 규모의 대형 화폭에는 불길 속에서 아기를 구조해 안고 나오는 소방관의 모습이 생동감 있게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은 인천 계양소방서 소방홍보팀 소속 이병화(29) 소방사가 지난 3월 직접 그린 작품이다.


인천 계양소방서 이병화 소방사
[계양소방서 제공]

이씨는 소방관 중에서는 드물게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특이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그는 "전공을 살려 계속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을 매일 도우며 살 수 있는 소방관 직업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며 "처음에는 준비가 안 돼 어려웠지만, 졸업 후 1년간 공부해서 소방관 시험에 합격했다"고 회상했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길 좋아하던 아들이 갑자기 소방관이 되겠다고 하자 현직 소방관인 아버지는 쉽게 승낙하지 않았다.

아버지인 이순모 영종소방서 119대응과장은 소방관 일이 위험하고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만류했지만, 결국 소방관을 향한 아들의 열정을 확인하고는 더는 반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2017년 6월 임용시험에 합격하고 나서 붓을 내려놓고 소방호스를 손에 쥐었지만 그림과의 인연은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이병화 소방사가 그린 그림. 인천소방학교 셔터(왼쪽), 계산119안전센터 건물 외벽에 걸린 그림(오른쪽)
[이병화 소방사 제공]

그는 인천소방학교에서 신입 소방 훈련을 받을 때부터 대학 전공 때문에 '미대 오빠'라는 별명으로 불렸고, 그의 재능을 알아본 선배들은 소방학교 차량 출입 셔터에 그림을 그려 보자는 제안을 했다.

이씨와 동기들까지 합세해 붓을 대자 밋밋하기만 했던 셔터가 며칠 만에 훌륭한 작품으로 탈바꿈했다. 시뻘건 화마가 일렁이는 현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소방호스를 둘러메는 그림 속 소방관의 모습은 비장함마저 자아냈다.

이씨는 신입 훈련을 마치고 119안전센터 등에서 근무하며 화재 진압 현장의 최일선에서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소방 홍보를 위한 그림 제작은 멈추지 않았다.

인천항 최악의 화재로 기록된 작년 5월 오토배너호 화재 사건 당시 진화작업을 묘사한 그림은 현재 중부소방서 청사에 걸려 있다.


오토배너호 화재 진화
[이병화 소방사 제공]

작년 12월 계양소방서 소방홍보팀으로 부서를 옮긴 뒤에는 이곳저곳에서 그림을 그려달라는 의뢰가 쇄도해 더욱 바빠졌다.

올해 2월부터는 인천 소방 페이스북에 '시민들은 모르는 소방서 이야기' 웹툰을 연재하고 있다.

각양각색의 현장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소방관들의 뒷이야기를 재기발랄한 필체와 그림으로 다루다 보니 그의 웹툰도 나날이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까지 지원을 나가 소방 홍보 전광판 차량의 외관 도색작업에 참여하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은 계속되고 있다.

이씨는 "뛰어난 솜씨는 아니지만 그림을 통해서 소방관과 주민 사이에 소통과 공감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며 "더욱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소방관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