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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직원에 "실수하면 손가락 자를 것"…술값 덤터기는 약과

직장갑질119, 노동절 앞두고 사례발표…"노동존중 법안도 패스트트랙 해야"

By Yonhap

Published : April 29, 2019 -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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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가 PPT 발표를 보조하는 직원에게 'PPT 넘기는 거 실수 한 번에 손가락 하나씩 자른다'고 말합니다."

"술을 마신 뒤 상사는 계산하지 못하겠다고 합니다. 술집 주인이 경찰에 신고하는 일까지 발생해 다음 날 제 돈으로 계좌 이체했지만 상사는 술값을 한 푼도 주지 않았습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다음 달 1일 노동절을 앞두고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100일간 제보된 15대 갑질 40개 사례를 28일 발표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제보에 따르면 A씨는 후배 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모욕을 퍼부었다.

PPT 발표에선 보조 직원에게 협박성 '엄포'를 놓는가 하면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선 직원에게 "일어서지 말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B씨는 회사 후배를 불러 술을 마신 뒤 계산하지 못하겠다고 갑자기 오리발을 내미는 방식으로 후배들에게 술값을 덤터기 씌우는 경우다. 술집 주인과 실랑이 끝에 경찰까지 출동한 적 있지만 B씨는 술값을 물지 않았다.

신입사원과 여성은 직장 갑질의 주요 표적이었다.

회사가 입사 공고에 정규직이라고 밝혔고 입사 2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겠다고 했으나 취직 후 계약직이라고 공지한 사례도 있었다. 신입이라는 이유로 불필요한 야근을 강요하는 사례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워킹맘은 아이가 아파 출근하기 어렵다고 밝혔으나 회사 상사가 "반드시 나오라"며 "임신한 사람도 잘 다니는데 왜 회사에 피해를 주느냐"며 윽박질러 결국 출근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상사가 노래방에서 여직원들에게 노래를 잘했다며 만원, 2만원씩을 '팁' 명목으로 줘 여직원들이 '미투'를 고려하고 있다는 제보도 접수됐다.

노동 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병원과 스타트업체에서도 갑질 제보가 잇따랐다.

한 간호사는 직장 내 '태움'을 항의하다 강제로 사직서를 쓰게 됐다고 밝혔다.

스타트업체 직원은 수당도 받지 못한 채 평일 평균 오전 9시에 출근해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18시간 초장시간 근무에 시달린다며 직장의 갑질을 제보했다.

직장갑질119는 문재인 정부가 직장인 삶 개선을 위해 70개 공약을 걸었으나 그중 10개만 실현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 도입 ▲ 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근로조건 승계 의무화 ▲ 자발적 이직자 실업급여 지급 등 공약이 실현돼야 한다며 "중요한 정치개혁을 '패스트트랙' 하는 것처럼 노동존중 법안도 패스트트랙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장 갑질119는 노동 전문가, 노무사, 변호사들이 주도해 2017년 11월 출범한 단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