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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호른바흐 당했다'…독일서 끊임없는 亞여성의 성적대상화

"아시아 여성에 성적판타지를 가진 백인男 상대 만족감 주려는 광고"

By Yonhap

Published : March 29, 2019 -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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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DIY 기업인 호른바흐의 광고를 계기로 독일에서의 아시아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 문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호른바흐가 지난 15일 유튜브 등에 올린 영상광고는 정원에서 땀 흘려 일한 다섯 명의 백인 남성들의 속옷이 진공포장돼 어느 도시의 자동판매기에서 판매되는 내용이다.

자판기에서 속옷을 구매한 아시아 젊은 여성이 속옷의 냄새를 맡으면서 신음을 내고 눈이 뒤집힐 정도로 황홀해 하는 장면으로 광고는 끝난다.


(영상 캡처) (영상 캡처)

광고에서는 여성이 황홀해 하는 순간 독일어로 "이게 봄 내음이지"라고 자막이 뜬다.

독일 쾰른대 매체문화학 박사과정인 강성운 씨는 최근 이 광고를 우연히 발견하고선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트위터를 통해 비판했다.

그는 '#Ich_wurde_geHORNBACHt'(나는 호른바흐 당했다)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주도했다.

독일어뿐만 아니라 영어, 일본어로도 번역해 전 세계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에게 이 사실을 전파하고 있다.

중국어와 베트남어, 태국어 등으로도 번역돼 해시태그 운동이 전개 중이다.

강 씨는 "정원을 가꾸는 중장년층 남성들이 주변에서 아무런 칭찬을 듣지 못한 채 보람을 느끼지 못할 때, '백인 남성이 열심히 정원 일을 하는 것은 아시아 여성들에게는 섹시하고 흥분되는 일'이라고 백인 남성들에게 다가서려 한 광고"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시아 여성에게 성적 판타지를 가진 백인 남자들을 상대로 무의식적으로 성적, 심리적 만족감을 주려는 광고"라고 강조했다.

강 씨는 "독일 광고에서 아시아인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데, 이런 식으로 등장하면 아시아인에 대한 선입견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반(反)유대주의에 대해 경계를 하고, 사회에서 자리를 잡은 터키계에 대해서도 대놓고 차별을 하지는 않지만, 동양인에 대해선 노골적인 비하 발언과 희화화가 이뤄지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강 씨는 호른바흐 측에 트위터를 통해 직접 항의도 했단다.

그는 "호른바흐 측은 누구나 정원 일을 즐길 수 있다는 의미이고, 독일 정원과 대비되는 가상의 도시일 뿐 아시아의 도시가 아니라고 했지만, 자판기에 일본어로 '봄 내음'이라는 단어가 보인다"라며 "사실상 교묘하게 일본으로 설정해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태가 확산하자 호른바흐 측은 공식 트위터에 "우리의 광고에 화가 나고 아픔을 느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라며 "'#Ich_wurde_geHORNBACHt' 캠페인을 벌이는 분들을 초청해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공지했다.

독일에서 아시아 여성의 성적 대상화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4월 말 베를린의 예술행사인 '베를리너 갤러리 주말제'의 오프닝 파티에서 아시아 여성이 성적 대상화됐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해피 엔딩'이라는 제목의 오프닝 파티 홍보 포스터가 사람과 동물 사이의 성적 판타지를 드러낸 일본 '춘화'를 모티브로 제작했기 때문이다.

'해피 엔딩'은 유사 성행위의 의미로도 사용된다.

오프닝 파티는 패션 블로그 '댄디 다이어리'에 의해 기획됐다. '댄디 다이어리'는 2012년 '패션 포르노'를 만들어 개봉해 주목을 받기 시작하며 독일 주요 예술 행사의 오프닝 파티를 맡았으나, 과도하게 성적이고 인종차별적인 행동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에 같은 해 8월 베를린의 아시아와 호주의 여성 작가들은 예술로 아시아 여성의 성적 대상화에 대해 비판하는 전시회를 열었다.

'나는 포춘 쿠키가 아니다'(I am not a fortune cookie)라는 제목의 전시로, 작가 케이스 허스 리가 행위예술을 펼치고, 한국계 이민 2세인 최선주 영화감독 겸 작가가 1960년대 말 파독 간호사에 대한 성적 대상화 문제를 짚었다.

'포춘 쿠키'는 운세가 적힌 종이 띠를 넣고 구운 과자인데, 모양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