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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학과·장학금도 함께' 쌍둥이 자매, 3수 끝 경희대 입학

By Yonhap

Published : Feb. 28, 2019 -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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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12년과 긴 수험기간 동안 서로가 정말 큰 의지가 됐어요. 그렇지만 이제부턴 각자의 색깔과 취향도 조금씩 찾아가 보려고요."

올해 경희대 호텔관광대학에 함께 논술우수자 전형으로 지원해 나란히 2년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 쌍둥이 자매 홍소영(21)씨와 홍소희(21) 씨는 2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촬영 김주환=연합뉴스) (촬영 김주환=연합뉴스)

두 사람은 경기 과천시와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12년간 초·중·고등학교를 함께 나왔고, 재수와 3수까지 함께 했다. 생김새와 성격은 물론 학교에서 성적 등수도 엇비슷했고, 3년간 본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도 거의 똑같이 나왔다고 한다.

언니 소영 씨는 "수험생활 동안 계속 공부만 하다 보니 소위 '멘탈'이 무너지는 순간이 많았는데, 한 사람이 힘들어하면 다른 한 사람이 다독여 주고,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더 잘 하는 사람이 성심껏 가르쳐줬다"며 긴 입시를 버텨낸 비결을 설명했다.

호텔리어가 꿈인 자매가 처음부터 관광산업에 관심이 많던 것은 아니었다.

소영 씨는 "둘 다 어릴 때부터 초등학교 선생님인 어머니를 보며 서울교대를 목표로 준비했다"며 "그러다가 계속 대학에 떨어지고, 삼수 준비를 하던 중 '과연 교사라는 직업이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일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알고 보니 소희도 마찬가지였다"고 전했다.

소희 씨는 "여러 학과를 놓고 언니와 고민하던 중 주변에 호텔로 '호캉스'를 떠나거나 방학 때 해외여행을 떠나는 친구들을 보고 호텔관광학이 전망도 좋고 적성에 잘 맞는 것 같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얼마 전 단과대에서 진행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가서도 우연히 같은 버스 자리와 방을 배정받아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소영 씨는 "크면서 서로 생김새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해 일부러 자매인 척을 안 했는데, 나란히 앉아있으니 다들 처음부터 알아봤다"며 "술자리에서 이름 외우는 게임을 할 때도 누가 소영이고 소희인지 헷갈려 벌칙을 받는 사람이 많았다"고 웃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늘 함께 부대끼며 살아온 쌍둥이 자매가 기대하는 대학 생활의 모습은 서로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달랐다.

소영 씨는 "1학년 동안 학부 내 여러 세부 전공을 체험하고 진로를 더 깊이 고민해보고 싶다"며 "교환학생이나 배낭여행도 가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소희 씨는 "학교 내에 굉장히 다양한 교양 강의가 있던데, 평소에 몰랐던 인공지능이나 철학 등 분야도 배워 보고 싶다"면서 "동아리나 학회 활동도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무리 절친한 자매라지만 초중고에 이어 대학까지 함께 다니면 지겹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을까.

이런 질문에 소희 씨는 "학창 시절에는 아무래도 똑같은 일과를 함께 보내다 보니 반이 달라도 자연스럽게 붙어 다녔다"며 "그렇지만 이번에는 전공과목을 빼면 시간표도 안 겹치고, 학회·동아리도 가능하면 서로 다른 곳에 들어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소영 씨도 "앞으로도 누구보다 가깝게 의지하고 고민도 나누겠지만, 이제는 각자의 개성과 진로도 찾으면서 시야를 넓히고 싶다"며 "그게 우리 대학 생활의 과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