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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면 국민연금 똑같이 나눌까…혼인기간 가입이력만 분할

By Yonhap

Published : Dec. 24, 2018 -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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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1년 같이 살고 이혼 후 평생 연금 나눠야 하냐? 1년 치만 나눠주든지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러니 누가 결혼하겠느냐. 남자가 무슨 봉이냐? 혼자 벌어 혼자 먹고사는 게 편하지." "이건 좀 심하다. 1년이면 그냥 살다가도 이혼하고 다른 사람 만나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1년은 부부로 서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할 만한 시간도 안 된다. 근데 이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

정부가 이혼배우자의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고자 혼인 기간이 1년 넘으면 이혼 즉시 배우자의 국민연금을 나눠 갖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하자 비판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정부는 대부분 오해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24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혼인기간이 1년을 넘으면 이혼한 배우자의 국민연금을 '이혼 즉시' 나눠 갖는 방향으로 이른바 분할연금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현재는 헤어진 전(前) 배우자의 노령연금액 중 일부를 청구해서 받으려면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혼인 유지 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한다.

또 이혼한 전 배우자가 노령연금을 탈 수 있는 수급권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분할연금 신청자 본인은 물론 전 배우자가 모두 노령연금 수급연령(1953년생 이후부터 출생연도별로 61∼65세)에 도달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들을 충족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혼 시점과 분할연금 수급 시점 간 시차가 많이 나고 전 배우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분할연금을 청구할 수 없는 불합리한 경우가 생긴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혼한 배우자의 노령연금 수급권 발생 시 연금액 분할방식'에서 '이혼 시점에 전 배우자의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가입(소득) 이력 분할방식'으로 변경하고, 분할요건이었던 최저 혼인기간 '5년 이상'도 '1년 이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결혼생활 20년에 걸쳐 월 소득 200만원으로 20년 동안 국민연금에 가입했다고 가정했을 때 이혼하면 각각 월 소득 100만원으로 각자 20년간 국민연금에 가입한 것으로 보고 연금을 나눠 가진다.

이런 정부 계획이 전해지자 일부에서는 '혼인 기간이 겨우 1년에 불과한데 이혼하면 자신이 평생 낸 연금을 나눠 갖는 게 아니냐', '남자만 손해 아니냐' 등의 비난이 나왔다.

그러자 복지부는 설명자료를 내어 혼인 기간이 1년인 경우에는 평생 낸 연금이 아닌 혼인 기간 1년에 해당하는 기간의 가입(소득) 이력만 분할 받는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가입 기간이 20년이더라도 이 기간에 혼인 기간이 1년이라면 1년의 가입 이력만 나눠 갖는다는 말이다.

게다가 개선안이 국회 입법을 거쳐 시행될 경우 이혼·분할 이후 각자의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최소가입 기간 10년을 충족해야만 분할연금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분할연금은 일방적으로 한쪽만 신청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성별과 관계없이 이혼당사자인 부부 모두 신청해서 나눌 수 있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실제로 2018년 9월 현재 분할연금 수급자는 2만7천853명인데, 이 중에서 여자가 2만4천584명(88.3%)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긴 하지만, 남자도 3천269명(11.7%)에 달했다.

현재 분할연금액은 원칙적으로 혼인 기간 중 가입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똑같이 나눠서 지급한다.

다만 예외적으로 2016년 12월 30일 이후 분할연금 수급권을 취득하는 사람부터는 당사자 간의 협의나 법원의 재판으로 연금 분할비율을 별도로 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혼한 배우자가 매월 노령연금 150만원을 받던 중 본인(분할연금 수급권자)이 수급연령 61세에 이르러 분할연금을 청구하면 생일이 속한 달의 다음 달부터 혼인 기간 중 가입 기간 10년에 해당하는 노령연금액 100만원의 절반인 50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만약 당사자 간에 분할비율을 6대 4로 별도 합의하면 40만원을 분할해 지급받는다.

이런 분할연금제도는 이혼한 배우자에게 노령연금 수급권자와의 혼인 기간 정신적·물질적 기여 부분을 인정하고 안정적 노후생활을 위해 일정액의 소득을 보장하려는 취지로 1999년 도입됐다.

분할연금 수급자는 황혼이혼의 증가로 해마다 늘고 있다.

2010년 4천632명에 불과했던 분할연금 수급자는 2011년 6천106명, 2012년 8천280명, 2013년 9천835명, 2014년 1만1천900명, 2015년 1만4천829명, 2016년 1만9천830명, 2017년 2만5천302명 등으로 증가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