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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부처 이창호의 근심 "좋지 않은 바둑 상황, 죄송하다"

By Yonhap

Published : Nov. 6, 2018 -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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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계 갈등 상황에 "같이 힘 모으고 화합해야"


(연합뉴스) (연합뉴스)

대국 중 감정 기복을 드러내지 않아 '반상의 돌부처'로 불리는 이창호(43) 9단이 최근 바둑계 상황에 근심을 드러냈다.

이창호 9단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회 바둑의 날 기념식에서 국수(國手) 메달을 받았다.

이창호 9단 개인으로서는 겹경사였다.

1986년 11세 1개월의 나이에 입단, 32년간 몸담은 바둑이 첫 법정기념일을 맞이한 날에, 한국바둑을 빛낸 6명의 국수 중 한 명으로 자리를 빛냈기 때문이다.

국수 메달은 이창호 9단 외에 김인(75) 9단, 조훈현(65) 9단, 조치훈(62) 9단, 서봉수(65) 9단, 이세돌(35) 9단 등 한국 현대바둑에 굵은 획을 그은 기사에게 수여됐다.

이날은 1945년 고(故) 조남철 선생이 바둑 총본산 한국기원의 전신인 한성기원을 세운 지 73년째 되는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창호 9단은 시상식 무대에서 심란한 마음이 묻어나는 소감을 밝혔다.

"존경하는 선배 기사님들과 같이 상을 받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럽다"며 입을 뗀 이창호 9단은 "앞으로 노력하겠다. 위기는 기회라 생각한다. 저희가 더 열심히 해서 잘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을 맺었다.

이창호 9단이 말한 위기는 최근 한국기원 행정 공백 사태로 대표되는 바둑계 갈등 상황이다.

프로기사 사이의 성폭행 의혹을 폭로한 '미투 운동'을 계기로 바둑계 여러 갈등이 불거지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졌다.

프로기사회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한국기원의 송필호 부총재와 유창혁 사무총장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고, 홍석현 총재와 송필호·송광수 부총재, 유창혁 사무총장이 사퇴를 밝혔다. 


(한국기원 제공) (한국기원 제공)

바둑의 날 행사 뒤 만난 이창호 9단은 "진짜 기쁜 일과 진짜 슬픈 일이 공존하니 마음이 복합적이어서 그랬다"며 시상식 무대에서 공개적으로 '바둑계 위기'를 거론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창호 9단은 "옳고 그른 것을 떠나서 상황 자체가 어쨌든 좋지 않은 모양이어서 바둑팬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함께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바둑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바둑계 갈등이 더 커지기 전에 화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수라는 묵직한 타이틀까지 얻게 된 이창호 9단은 "저도 아직 어려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는 막막하다. 같이 힘을 모으고 서로 잘 화합해야 하는 부분이다"라며 "저희도 잘 헤쳐나가야 한다. 앞으로가 문제"라고 책임감을 보였다.

이창호 9단은 최연소 타이틀(14세 1개월 바둑왕전), 최연소 세계챔피언(16세 6개월 동양증권배), 세계대회 그랜드슬램(동양증권배·LG배·삼성화재배·후지쓰배·응씨배·춘란배·토요타덴소배), 통산 140회 타이틀 획득 등 전설적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