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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쌤

SNS탐닉..."셀카 많이 올리는 사람 자신감 결핍"

By Yonhap

Published : Sept. 28, 2018 -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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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SNS)에 자신을 노출하기 즐기는 사람일수록 성관계를 맺는 횟수는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가상 세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실제 삶에서 느끼는 기쁨은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엘자 고다르는 최근 저서 '나는 셀피한다 고로 존재한다'(지식의날개 펴냄)를 통해 디지털 혁명이 현대인 정신세계에 가져온 변화와 그 의미를 철학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스마트폰 등으로 찍은 자신의 사진인 '셀피(selfie)'에 몰입하는 현대인의 반응 속에 이러한 변화가 집약됐다고 보고, 이를 렌즈로 삼아 개개인 내면 변화를 다각도로 살핀다.

우리는 점점 더 자기 사진에 빠져든다. 재밌고 유쾌한 놀이였던 셀피는 병적 증후까지 드러낸다. 러시아의 한 셀피 대회에선 참가자들에게 시체 옆에서 셀피를 찍도록 요구했고, 청소년 사이에선 장례식장에서 셀피를 찍어 올리는 놀이가 유행이라고 한다.

저자는 인간이라는 주체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자기 자신과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된 지금의 시기를 '셀피 단계'로 정의한다.

이는 정신분석학자인 자크 라캉이 정의한 '거울 단계'와 유사하다. 생후 6~18개월 사이 아이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상을 발견한 뒤에야 남들이 보는 방식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셀피 단계'에 있는 현대인은 SNS나 스마트폰 화면 속 '가상의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자신을 파악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아이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실재 주체를 발견하지만, 현대인은 스마트폰 속에서 주체 없는 주체성, 가상의 주체를 찾을 뿐이다.

이는 개개인의 나르시시즘을 강화한다. 그리스신화에서 나르키소스를 비추던 물 역할을 오늘날 스마트폰 화면이 대신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은 시공간과 언어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다.

언제 어디서든 연결된 인간은 빠른 속도로 반응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자신과 타인, 세계에 대해 제대로 사유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채 휘발성 강한 이미지만을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언어는 힘을 잃고 이미지에 자리를 내줬다.

이제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타인의 시선에서 찾게 됐다.

"자기 의심, 자신감 결여, 자기 비하, 나에 대한 의심이 커질수록 나는 점점 더 많은 셀피를 찍어댄다."

책은 이로 인해 주체의 근거를 사유에서 찾은 17세기 계몽사상가 르네 데카르트의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나는 셀피한다, 고로 존재한다'로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신랄한 비판 끝에서 가상 세계에서 잃어버린 주체(책임감 있는 자유로운 존재)의 회복을 역설한다.

무엇보다 현실과 가상세계를 통합함으로써 가상성의 현실성을 지켜낼 수 있는, 그래서 비인간적 일탈과 가상 세계에 대한 과도한 소비욕을 막아줄 '셀프 윤리' 토대를 세울 것을 제안한다.

"이 책은 철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 여성이자 어머니인 내가 아직도 종잡을 수 없는 세계의 가혹성에 저항하는, 내 나름의 방식이다.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이 세계를 계속 유의미한 것으로 만들기 위한 나의 제안이다. 사랑한다는 것이 뜻 없는 말이 아니고, 자유롭다는 것이 유토피아가 아니라 이미 앙가주망(사회참여)인 그런 세계를 지켜내기 위해서다. 최악의 위험은 무기력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