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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형사재판 불출석…"알츠하이머 투병중"

By Yonhap

Published : Aug. 27, 2018 -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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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故) 조비오 신부를 비난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7) 전 대통령 형사재판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광주지법은 27일 오후 2시 30분 형사8단독 김호석 판사 심리로 이 사건의 재판을 열 예정이었으나, 불과 하루를 앞두고 전 전 대통령 측이 불출석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불구속 기소된 전 전 대통령은 재판 준비를 이유로 두 차례 연기 신청을 해 5월과 7월 각각 열릴 예정이었던 재판이 차례로 연기됐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고령에다 건강 문제로 멀리 광주까지 가서 재판을 받을 수 없다"며 재판부 이송 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미 두 차례나 재판이 미뤄졌고, 전 전 대통령이 연기 신청을 하지 않는 점을 고려해 이번에는 재판을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었다.

법정도 소법정(402호)에서 대법정(201호)으로 옮겼고, 경찰 기동대 70명을 법정과 외곽에 배치하는 등 경호대책도 마련했다.

재판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만 질서 유지를 위해 입석을 허용하지 않는 등 참관 인원(95석)도 제한했다.

그러나 전 전 대통령이 이날 오후 갑작스럽게 불출석 입장을 냈다.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는 이날 민정기 전 비서관 명의로 입장을 내고 알츠하이머 진단 사실을 공개하며 법정 '출석 불가' 방침을 밝혔다.

이 여사는 "이런 정신건강 상태에서 정상적인 법정 진술이 가능할지도 의심스럽고, 그 진술을 통해 형사소송의 목적인 실체적 진실을 밝힌다는 것은 더더욱 기대할 수 없다"며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공개된 장소에 불려 나와 앞뒤도 맞지 않는 말을 되풀이하고, 동문서답하는 모습을 국민도 보기를 원치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전 대통령이 불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재판부는 고민에 빠졌다.

재판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불출석 사유서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5월 기소된 전 전 대통령이 두 차례 연기 신청을 해 재판이 3개월이나 연기된 점도 재판부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공식 연기 신청이 아닌 '일방적'으로 알려온 점도 또다시 재판을 연기하기에는 부담되는 대목이다.

피고인이 특별한 이유 없이 형사재판에 불출석하면 법원은 구인장을 발부해 강제 구인할 수 있다.

광주지법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기일변경 신청이라든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아 재판부에서 당장 재판 여부를 결정하기가 곤란하다"면서 "내일 오전 중에 재판 진행 여부에 관해 결정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이 연기 신청에 이어 일방적인 불출석 입장을 밝히면서 출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일방적인 불출석 통보는 5·18 영령에게는 물론이고 광주 시민까지 우롱한 처사다. 저지른 죄에 대한 반성과 참회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떳떳하게 법정에 나와 잘못을 말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두환 회고록' 민·형사사건 법률대리인 김정호 변호사도 "형사재판에 성실하게 출석해야 하는데도 불출석하겠다는 태도에 실망과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다"며 "더 늦기 전에 성실한 자세로 출석해 진실을 고백하고 참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펴낸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조 신부의 증언을 거짓이라고 주장,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