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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라덴 모친 "대학에서 만난 이들이 내 아들 바꿔놨다"

By Yonhap

Published : Aug. 3, 2018 -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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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마 빈 라덴의 모친인 알리아 가넴은 자신의 첫째 아들이 대학에서 '무슬림 형제단(Muslim Brotherhood)' 사람들을 만나면서 급진화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빈 라덴이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며, 나중에 이를 알게 됐을 때 매우 혼란스러웠다고 전했다.

영국 진보 일간 가디언은 지난 6월 초 사우디아리바아 제다에 있는 자택에서 빈 라덴의 모친인 가넴, 이부(異父)동생인 아마드, 하산과 인터뷰를 갖고 이를  2일(현 지시간)자 지면에 실었다.

이번 인터뷰는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허가 아래 이뤄졌으며, 사우디 정부 관계자가 배석했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가넴은 자신에게 빈 라덴은 여전히 사랑하는 아들이라며 "그는 어린 시절 매우 좋은 아이였으며, 나를 매우 사랑했다"면서 "그가 멀리 떠나면서 내 삶은 매우 힘겨워졌다"고 말했다.

가넴은 빈 라덴이 매우 수줍고 학문에 열정을 가진 아이였다고 회고했다. 20대 초의 빈 라덴은 강하고 의욕이 넘치며, 독실한 존재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빈 라덴이 제다에 있는 '킹 압둘라지즈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면서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것이 가넴의 설명이다.

그녀는 "대학에서 만난 이들이 아들을 바꿔놨다"면서 "이후로 아들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무슬림 형제단'에 있던 압둘라 아잠을 만난 뒤로 이는 더 심해졌다. 빈 라덴의 정신적 스승으로 알려진 아잠은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추방됐다.

그녀는 "대학에서 만난 이들이 20대 초반이었던 아들을 세뇌시켰다"면서 "아들에게 그들을 멀리하라고 얘기했지만 듣지 않았다"고 전했다.

자신의 아들이 지하디스트가 될 것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서 "(그가 지하디스트가 된 것을 알고) 매우 혼란스러웠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랐다"고 밝혔다.

이후 빈 라덴은 1980년대 초반 소련군에 점령당한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했다.

빈 라덴의 이부동생 중 한 명인 하산은 "처음에 그를 만난 모든 이들은 빈 라덴을 존경했다. 우리 모두 그를 자랑스러워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까지도 그에게 존경심을 표했다"면서 "그러나 어느 날 그는 '무자헤딘(이슬람 전사)'이 됐다"고 설 명했다.

하산은 "그는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쳤다. 나의 큰형이라는 면에서 그가 자랑스럽다"면서도 "그러나 남자로서 그를 자랑스러워하지는 않는다. 그는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다 소용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산은 어머니가 자식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을 갖기 어렵다며 "(9·11 테러 이후) 17년이 지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빈 라덴에 대해 부인한다"면서 "너무나 아들을 사랑해서 아들 대신 주변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9·11 테러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충격을 받았다"면서도 48시간 이내에 빈 라덴이 저지른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일이 가족에 불러올 후폭풍을 두려워했다고 설명했다.

빈 라덴의 가족은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의 조사를 받았으며, 거의 20년 동안 나라 밖으로 떠나는 것이 금지됐다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빈 라덴의 부인 중 2명 이상과 그의 자녀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허용해 현재 그들은 제다에 거주 중이라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빈 라덴의 부인과 자녀 역시 도시 안에서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지만 사우디 아라비아를 떠날 수는 없다고 하산은 설명했다.

하산은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 빈 라덴의 아들 함자 빈 라덴이 테러리스트 명단에 오른 것과 관련해 "그가 내 앞에 있다면 지금 하려고 하는 일을 다시 생각하라고 말할 것이다. 절대 아버지가 따라갔던 길을 가지 말라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