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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큰별 故최은희, 남편 곁으로...

By Yonhap

Published : April 19, 2018 -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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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은희가 파란만장한 삶을 뒤로 하고 영면에 들었다. 92년간의 장편영화 같은 삶이 마지막 작품으로 남았다. 생전에 이미 한국영화사 전설이었던 그는 일생의 동반자이자 영화 동지인 남편 신상옥 감독을 다시 만나 안식을 찾게 됐다.

19일 오전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최은희 발인식은 고인의 생전 뜻대로 소박하고 간소했다. 유족과 원로 영화인 등 100여 명이 장례미사를 봉헌하며 작별인사를 했다.

미사를 집전한 조욱현 토마스 신부는 "일생이라는 하나의 작품이 이제 죽음을 통해 출품된 것과 다름 없다"며 "하느님이 선생님의 아름다운 작품을 크게 칭찬하고 큰 상으로 보답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조 신부가 성라자로마을을 후원하며 한센인들을 도운 고인의 선행과 겸손함을 언급하자 장내는 더욱 숙연해졌다.

최은희는 안양영화예술학교 교장으로 있던 1970년대 초반 성라자로마을과 연이 닿았다. 영화계 인사들에게 성라자로마을을 알리며 후원을 넓혔다. 학생들과 함께 시설을 찾아가 위문공연을 하기도 했다.

"너무나 겸손한 분이셨습니다. 오랫동안 라자로마을을 후원했지만 내세우지 않고 당연한 일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이 조촐하고 가난한 장례식도 그 분의 겸손을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꼭 화장하고 저를 맞으셨습니다. 항상 고우시기 때문에 화장 안 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더니 '그건 예의가 아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이장호 감독과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원로배우 신영균·신성일·문희한지일 등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신성일은 유족들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위로했다. 각막 기증으로 세상에 마지막 빛을 남긴 최은희는 경기도 안성 천주교공원묘지에 있는 고 신상옥 감독 곁에 묻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