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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알바할까"…'무박2일' 근무 내몰린 서비스직 정직원들

By Yonhap

Published : Jan. 24, 2018 -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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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출근해서 이튿날 새벽 2시에 퇴근하는데, 제 임금이 최저임금을 넘는지도 모르겠어요"

경기 수원시의 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A(31·여)씨는 올해 들어 '무박 2일'의 근무형태를 계속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이 7천530원으로 오른 뒤 본사 차원에서 각 점포 인건비를 줄이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스태프(아르바이트) 사원 수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주·야간 조를 합쳐 많으면 15명 안팎이던 스태프가 올해 들어 10명 이하로 줄자 인력 공백이 고스란히 A씨 등 정직원들에게 전가됐다.

정직원들에게는 영업시간 매장관리 외에도 직원 급여 계산, 스케줄 관리 등 사무업무도 함께 맡겨져 있지만, 오후 10시까지인 영업시간 내내 서빙과 뒷정리 등 스태프가 빠진 자리를 메꾸려 동분서주하다 보면 사무업무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2018년도 최저임금 7530원 결정 (일러스트=연합뉴스) 2018년도 최저임금 7530원 결정 (일러스트=연합뉴스)

근무시간 내에 소화하지 못한 사무업무는 자연스레 야근으로 넘어가 새벽에 퇴근하기가 일쑤다.

A씨는 "근무시간이 늘어나니 일하는 시간 전체를 놓고 따지면 급여가 최저 시급에 미치지 못하는 날도 많다"라며 "고객 클레임이 생길 경우 정직원으로서 책임져야 할 일은 많은데 대우는 스태프와 별반 다르지 않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성남의 또 다른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B(33)씨도 사정이 비슷하다.

주방일을 담당하며 소모품과 식료품 발주 업무를 함께 맡은 B씨는 최근 30% 가까이 줄어든 일손 탓에 오후 11시가 돼서야 사무실에 앉아 업무를 시작한다.

B씨는 "예전에도 돌잔치나 행사 예약이 잡히면 새벽까지 일하는 경우가 없지 않았지만, 요즘은 새벽 2시를 넘겨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라며 "점장님은 인력이 충원될 때까지 당분간만 참아보자는데 잠자는 시간 외에 일에만 매달리는 생활을 언제까지 이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최저임금 인상으로 불어난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각 업체가 시간제 근로자(아르바이트) 를 줄이면서 그 빈자리를 정직원의 초과근무로 메꾸는 사례가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그러나 늘어난 근로시간만큼 수당을 챙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근로자는 많지 않다.

인사 불이익 등을 우려해 근로자들이 추가근무 수당 신청을 꺼릴뿐더러,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는 사업장의 경우 연장·야간근로 등 시간외근로 수당이 급여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추가근무가 늘었다고 해서 시간외수당을 더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4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임금근로자 중 시간외근무를 산정해 수당을 지급받은 근로자는 47.7%로 절반을 넘지 못했다.

수혜율 24.2%에 그친 비정규직 근로자보다는 높지만 58.4%였던 지난해 통계와 비교해도 10%포인트 이상 줄어든 수치다.

또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이 100인 이상 사업장 20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는 사업장은 85곳으로 전체의 41.3%에 달했다.

노동단체들은 고용주들이 초과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관행을 이용해 인건비 증가 부담을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민정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교육선전국장은 "근무시간이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할 경우 고용주가 초과근무시간을 집계해 시간외수당을 지급해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는 영업장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라며 "고용주가 시간외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근로자가 노동 당국에 직접 진정서를 내야 하지만 취업도 어려운데 인사 불이익을 감수하고 직장을 신고할 근로자가 얼마나 있겠나"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관계자는 "아직 대다수 사업장에서 올해 첫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 시간외수당 관련 신고 건수는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면서도 "최저임금 인상 이후 고용주들이 추가수당 지급을 피하기 위해 시급제 일자리를 월급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현장 상황을 주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