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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허위신고한다고 수갑 채워 연행한 경찰…법원 "위법"

By Yonhap

Published : Jan. 14, 2018 -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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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반복 신고에 '공무집행 방해'로 신고자 현행범 체포

법원, 위자료 300만원 지급 판결…"체포는 신중히 판단해야"

112 허위신고로 업무를 방해한다며 신고자를 강제로 수갑 채워 연행한 경찰의 공무집행은 위법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89단독 이경린 판사는 A씨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정부가 A씨에게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 시내의 한 빌라에 사는 A씨는 2013년 9월 심야에 '위층에서 시끄럽게 한다'며 112에 신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신고 지령을 받은 관할 지구대 경찰들은 10분 뒤 A씨의 위층 거주자를 찾아가 주의를 당부하고 돌아갔다.

A씨는 그 후로도 1시간 새 7차례에 걸쳐 112에 같은 내용의 신고를 했다. 경찰 출동이 늦다는 불만도 드러냈다.

신고가 계속되자 지구대 소속 경찰들은 A씨 집을 찾아가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그를 현행범 체포했다. 경찰들은 A씨가 저항하자 강제로 수갑을 채워 연행했다.

A씨는 다음 날 새벽 관할 경찰서에 인계돼 조사를 받고 석방됐다.

A씨는 경찰이 불법 체포를 했다며 정부를 상대로 3천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 판사는 경찰이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건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공무집행이라며 정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 판사는 "A씨가 8번 신고한 동안 경찰은 1번 출동해 위층에 주의를 당부했을 뿐 소음 발생 여부를 조사하지 않아 A씨가 명백히 허위신고를 했다고 단정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은 A씨를 체포하기 전 이미 A씨의 거주지와 신원을 알고 있었다"며 "설령 체포 당시 A씨가 공무집행을 방해했다 해도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당시 A씨 주거지에 자녀들도 함께 있었던 만큼 그 자리에서 A씨를 체포할 급박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판사는 "체포는 사람의 신체에 대해 직접적인 제한을 가하는 강제행위로서 필요 최소한의 범위로 행사가 제한돼야 한다"며 "비록 현행범인 체포 요건에 대해선 경찰들의 판단에 상당한 재량이 있다 해도 신중하고 엄격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판사는 경찰들이 A씨를 체포하게 된 경위와 불법성의 정도 등을 고려해 위자료 액수는 300만원으로 정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