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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방한 때 광화문 한복판 반미시위 어떻게 가능했나

By Yonhap

Published : Nov. 12, 2017 -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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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서울 광화문광장에 반미성향 단체 회원이 많았던 것은 애초 예정된 다른 문화행사 참석을 이유로 광장을 차지한 결과로 확인됐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방한 첫날인 지난 7일 광화문광장에서는 애초 서울시와 6월항쟁 30주년사업 추진위원회가 6월 민주항쟁 30주년 기념행사인 '민주시민 광장축제'를 열기로 돼 있었다.

추진위가 '평화 촛불문화제' 등을 포함한 광장 사용계획을 시에 제출한 시점은 9월19일이다. 그런데 행사가 잡히고 약 한 달 뒤인 10월 17일 트럼프 대통령 방한이 갑자기 확정됐다.
 
11월 7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 차량 행렬이 서울 광화문광장을 지나 청와대로 향하자 시위대가 `사드 반대`를 외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11월 7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 차량 행렬이 서울 광화문광장을 지나 청와대로 향하자 시위대가 `사드 반대`를 외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럼프 대통령 숙소가 용산구의 한 고급호텔로 정해지면서, 광화문광장이 호텔과 청와대 간 최단거리 이동로 중간에 놓이게 됐다.

이때부터 시민단체와 경찰 정보관들 사이에서 '6월항쟁추진위가 평화적으로 열려는 광화문 촛불문화제가 반미시위로 변질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 방한이 가까워지자 노동자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일부 진보단체가 '노(NO) 트럼프 공동행동'을 결성하고 광화문광장에서 방한 반대시위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6월항쟁추진위는 당일 광화문광장에 반미단체 측이 대거 나타나 행사가 시위로 변질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난색을 보였다. 그러자 공동행동 쪽에서는 추진위에 "'민주시민 광장축제'이니 우리도 민주시민으로서 참석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광화문 광장 사용 허가 주체는 서울시다. 경찰은 반미단체 개입을 예상했지만 시가 허가한 문화행사를 막을 수 없어 광장을 열어줬다.

결국 행사에는 반미단체 회원 1천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 행렬이 광장을 지나갈 때마다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반미시위 여파로 6월항쟁 기념행사의 중요 프로그램도 취소됐다.

당일 행사에서는 학술대회 참석차 방한한 199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주제 라모스 호르타 전 동티모르 대통령과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 등 해외 석학이 '한국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지하는 서울 선언'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한 동티모르대사관 측이 "호르타 전 대통령이 참여하는 평화선언이 반미성향 시위 현장에서 발표되면 미국과 사이에 괜한 오해가 생길 수 있다"며 반발해 호르타 전 대통령은 선언에서 빠졌다. 결국 선언 자체가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에 집무실을 광화문광장 인근으로 옮길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유사시에는 광장 행사를 강제로 취소할 수 있도록 서울시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허가된 목적 이외 용도로 사용될 경우'에만 행사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조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빈이 지나가는 동선이었으니 광장을 전면 통제했어야 한다고 본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당국은 불법시위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고, 급진단체들은 시위 방식을 바꾸는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