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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빈트

호주 예술인 '성폭행영상' 작품 일파만파

By 최희석

Published : May 23, 2016 -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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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출신의 여성 예술가가 성폭행을 연출한 작품을 전시회에 내걸어 논란이 일고 있다.

31세 예술가 소피아 휴슨 (Sophia Hewson)은 지난 19일 멜버른 마즈겔러리에서 개막한 전시회에 ‘무제 (괜찮아요 밥?),’ 원제목 Untitled (“are you okay bob?”)이라는 3분짜리 비디오작품을 전시했다. 

소피아 휴슨. (페이스북) 소피아 휴슨. (페이스북)

작품은 휴슨이 한 남성에게 성폭행당하는 것을 연출한 것으로 휴슨은 작품을 통해 사회가 성폭행을 바라보는 관점에 도전하고자 했다는 의도를 밝혔다.

휴슨은 작품의 제목은 피해자역인 자신이 피의자 역할을 한 남성에게 촬영 후 한 말이라며, 여성에게 정신적 희생을 강요하는 인간사회의 단면을 조명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휴슨에 따르면, 모르는 남성을 섭외해 작품을 제작했고, 영상에 담긴 모든 행동은 두 사람의 동의하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무제 '괜찮아요 밥?' 영상 캡쳐. (소피아 휴슨 페이스북) '무제 '괜찮아요 밥?' 영상 캡쳐. (소피아 휴슨 페이스북)


“강간은 단지 원하지 않는 성관계가 아니다, (강간은) 가부장제의 기반이며 남성권력을 무너뜨리기 위한 결정적인 전쟁터이다,”라며 작품의도를 전했다.

휴슨은 “만약 강간이 남성중심주의 (male-domination)의 결정적인 무기라면, (피해여성이) 강간을 당하는 경험 때문에 영구적인 피해를 당하지 않는 행동은 남성의 무기 (male weaponry)를 약화시키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휴슨은 또, 여성이 자발적으로 성폭행을 당하는 상황을 연출하는 것 자체가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며 이는 “(성폭행을 견디는 것은) 남성의 권력은 넘을 수 없는 것이라는 상정(想定)을 위협하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남성의 권력이 절대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행위는 “가부장적 관점에서 봤을 때 가장 큰 죄악이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휴슨은 성폭행피해자와 여성운동가 등에 뭇매를 맞고 있다.

호주의 대형 언론사 News Corp Austrailia가 운영하는 온라인 매체 news.com.au는 성폭행피해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휴슨의 작품이 불러온 논란을 집중조명했다.

지난 2008년 성폭행 당한 28세 카트리나 케쉬쉬안 (Katrina Keshishian)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휴슨의 작품에 경악을 표했다.

“성폭행을 ‘예술’로 만드는 것은 안 된다. 나도 페미니스트지만, 이것은 잘못된 방법이다”라며 비난했다.

소식을 접한 해외네티즌들도 휴슨의 SNS 계정을 통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강간은 예술의 도구가 아니다. 역겹다”라는 글을 남겼고, 성폭행피해 경험이 있다는 한 사용자는 “나를 포함한 수백만 명의 여성이 겪은 고통을 하찮게 만들었다”며 휴슨의 작품은 성폭행범의 행동과 다를 바 없다며 “우리의 고통을 이용해 유명세를 탔다. 당신은 강간범이다”라며 비난 했다.

(kh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