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Herald

지나쌤

코스트코 온라인몰, ‘제가 한번 사봤습니다’

By Suk Gee-hyun

Published : Nov. 10, 2015 -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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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 온라인몰에서 구매를 시도하는 기자 (The Korea Herald) 코스트코 온라인몰에서 구매를 시도하는 기자 (The Korea Herald)

세계적 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가 10일 오전 10시 공식 온라인몰을 드디어 문을 열었다.

주로 양재점과 양평점을 이용하는 기자는 매 방문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사람 중에 한 명으로 누구보다도 이 소식을 반가워했다. 보통 주말에 장보고자 코스트코에 가면 주차하는데만 최소 30분, 나오는데 10-20분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얼마나 편한가. 비록 코스트코 피자 냄새를 맡을 기회는 없겠지만 줄 서서 주차할 일도 없이, 치이는 사람 없이, 카트에 발이 찍히는 일도 없이 코스트코에서만 파는 물건들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온라인몰이 오픈한지 한 시간이 지난 오전 11시. 간단한 식료품을 주문해보기로 했다.

Costco website (Costco) Costco website (Costco)


접속자가 많아 온라인몰 홈페이지도 구경 못 해볼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사이트 접속은 원활했다.

온라인몰 판매 품목은 디지털/가전, 가구/홈 인테리어/ 유아동/완구/크리스마스, 스포츠/피트니스, 정원/파티오, 의류/패션잡화, 보석/시계/액세서리, 식품 등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는 카테고리와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였다.



고행의 시작


Costco website (Costco) Costco website (Costco)

‘이 정도면 정말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게 낫겠구나’ 하고 온라인 등록을 하려는 순간, 회원 번호를 입력하라는 안내가 떴다.

회원카드를 항상 소지하고 다니지 않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내 회원번호를 찾으려고 구석구석 클릭해봤지만, 일반 포털 사이트나 쇼핑몰 사이트처럼 내 정보를 열람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코스트코 매장 문의 번호(1899-9900)로 전화를 걸어 문의하자 직원이 생년월일, 휴대전화 뒷번호, 이름, 가족카드 소지자의 이름을 확인하고서 회원번호를 친절하게 안내해줬다. 이 역시 생각보다 긴 대기시간 없이 수월하게 해결했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라고 이번엔 이메일 인증이 문제였다. 이메일 인증을 하려니 갑자기 메일 수신거부가 확인됐다는 이메일이 도착했다. 

Costco website (Costco) Costco website (Costco)

이를 해결하고자 온라인 문의 번호(1833-9977)로 수화기와 물아일체가 되기 직전까지 전화했지만, 불통이었고 결국 이메일로 문의하고 아래와 같은 답변을 받았다.

Costco email Costco email

선택사항이었던 ‘마케팅수신동의’ 항목을 누르지 않아 인증 이메일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수신동의를 안할 경우 인증도 안 되고 가입도 안 되는데 '동의를 거부하셔도 코스트코 코리아 온라인몰의 회원 가입은 가능합니다’라고 명시해놓은 것이 이해가 안 갔다.

요즘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많은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마케팅수신동의를 선택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제일 중요한 이메일 인증과 연계해 놓은 탓에 실수가 자연스럽게 유발되는 상황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치명적 실수가 아니었나 싶었다.

결국, 난 가입을 위해 두 시간을 더 기다렸다. 맛있는 점심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왔다. 서비스센터에서 1시쯤 ‘한 시간 뒤에 로그인되는지 확인해보라‘는 이메일을 다시 받긴 했지만 내가 수시로 들어가서 확인해야만 했다.

11시에 시작한 온라인 등록 절차는 2시가 되서야 해결됐고 나는 온라인 세대에게 맞게 인터넷으로 장을 보기 시작한다. 

코스트코 온라인몰에서 구매를 시도하는 기자 (The Korea Herald) 코스트코 온라인몰에서 구매를 시도하는 기자 (The Korea Herald)


코스트코 너마저
Costco website (Costco) Costco website (Costco)

우여곡절로 온라인 등록 후 기자가 좋아하는 사과주스를 사러 식품>커피/차/음료에 들어갔지만 없었다. 

메인화면에서 영롱히 빛나던 1억7천4백9십만원의 플래티넘 3.10 캐럿 다이아 반지에서 눈치를 챘어야 하는 것일까. 매장에서 인기 있는 상품들은 온라인에서 제외시켰다더니 정말 그랬다. 스파클링 사과주스도, 그냥 사과주스도 없었다.
‘그래. 사과주스는 슈퍼에서 사지 뭐’라고 위로한 후 내가 좋아하는 D초콜릿을 찾아 헤맸다. 그러나 이 또한 없었다.

이대로 포기하기엔 지금까지 투자한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결국 난 키친타올을 주문했다.


그놈이다. 결제 설치프로그램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 다운로드 팝업창 (Costco)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 다운로드 팝업창 (Costco)

결제를 하려면 키보드 보안프로그램을 내려받아야 했다. 그다음엔 PC정보 보호 프로그램. 그다음엔 공인인증서 등등.

내려받기를 해야 하는 수많은 프로그램이 나를 비웃듯 기다리고 있었다. 

이 때문에 안타깝게도 맥북, 아이패드 등을 사용하는 OS유저는 코스트코 온라인몰 결제가 힘들다.

4시간에 걸쳐 코스트코 온라인구매 결제를 끝낸 기자 (The Korea Herald) 4시간에 걸쳐 코스트코 온라인구매 결제를 끝낸 기자 (The Korea Herald)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사이트 오픈은 이미 당일 아침부터 검색어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아시아국 중 첫 번째로 오픈했다는 홍보 멘트가 무색할 정도로 먹을 것은 없었다.

엄청난 교통대란과 인파에도, 삼성카드와 현금만 고집하는 시스템에도 소비자들은 코스트코를 찾고 있고 이는 전 세계에서 단일매장 최고 매출을 보여주는 코스트코 양재점이 증명했다.

그러나, Kirkland의 저렴한 상품들과 코스트코를 통해서만 수입이 되는 인기 제품들을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없다면 굳이 코스트코에서 장을 볼 이유가 있을까?

11시에 시작한 장보기가 4시에 끝났다. 결제가 끝나고 혹시나 해서 동일한 키친타올 제품을 검색해보니 몇천 원이 더 싼 인터넷 최저가가 있었다. 가입 쿠폰 및 이것저것 적용하면 더 쌌다. 백아연이 부릅니다.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


코리아헤럴드 석지현 기자 (monica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