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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해외 입양인 친부모 찾기 익명 사이트 론칭한 사라 보울링

By KH디지털2

Published : Dec. 2, 2014 -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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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보내셨던 자식과 직접 만나지 않으셔도 되고,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입양되기 전의 상황을 인터넷을 통해 이야기해달라는 것이 전부입니다. 해외 입양인들은 평생 개인의 뿌리와 역사에 대한 상실감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이 상실감과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친부모가 유일합니다.” 

1974년 3살의 나이에 미국으로 입양된 사라 보울링 (Sarah Bowling· 43) 씨는 최근 해외 입양인들의 친부모 찾기 사이트인 ‘코리아 리코넥트’ (http://www.kr-dna.com/) 를 론칭했다. 친부모, 해외 입양인 모두 익명으로 서로를 찾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영어와 한국어, 2개 언어로 운영된다.

보울링은 1994년 처음 한국을 방문한 이후 여러 번에 걸쳐 친부모 찾기를 시도했지만 아직까지 친생가족을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2009년부터 서울에 살며 한국 문화와 역사에 자연스레 눈뜨게 됐고, 또 왜 많은 친부모들이 입양보낸 자식과의 만남을 부담스러워 할 수 있는지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많은 친부모들이 입양 사실을 아픈 비밀로 간직하고 사신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익명으로라면 더 많은 분들이 동참하지 않으실까 싶어 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사라 보울링이 헤럴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희조/헤럴드) 사라 보울링이 헤럴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희조/헤럴드)

그런 이유로 ‘코리아 리코넥트’는 누구나 익명으로 이용 가능하다. 이름을 대지 않는 대신 아이의 생년월일, 입양 보내기 전 지어주었던 한국어 이름, 아이를 낳았던 병원, 신체적 특징, 보내졌던 고아원의 주소 등 입양 당시의 정보를 최대한 자세하게 공유함으로서 서로를 찾아 볼 수 있다는 것.

익명의 메시지 교환 또한 번역 서비스를 통해 가능하고, 양측이 모두 원할 경우 따로 상봉을 추진할 수도 있다.

“누구나 친부모 또는 입양보낸 자식을 찾아 볼 권리가 있고, 또한 누구나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누구나 가지고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봅니다."

‘코리아 리코넥트’ 사업의 목적은 친부모 상봉이 아니라고 보울링은 강조했다. 각 입양인이 가지고 있는 출생 배경, 즉 친부모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상황 때문에 입양보내지게 되었는지를 듣는 것만으로도 미궁으로 남아있던 과거에 대한 치유 효과가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입양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친부모가 해외로 입양된 자식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이를 통해 입양인들은 알 길도 없고 그래서 대면하기 괴로웠던 과거와 화해할 수 있어요.“

작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국외 입양인 1,03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83%가 친생가족을 찾고 싶다고 대답하였고, 71%는 이미 친부모 찾기를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찾기를 시도한 입양인 중  28%만이 부모와 상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달 6년간의 서울 생활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보울링은 친부모에게도 입양 보낸 자식과의 교류는 긍정적인 경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

“입양인 뿐만이 아니라 친부모들 또한 자식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궁금하실 것 같아요. 만나지 않고서도 서로의 이야기를 교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상처가 얼마나 크든, 얼마나 아프든, (서로에 대해) 평생 모르고 사는 것 보다는 아는 것이 낫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다영 기자 (dyc@heraldcorp.com)